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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아버지가 왜 가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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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소설가

김동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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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고전적인 유머라서 이제는 쓰기도 민망하지만, 띄어쓰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어떻게 만들어져 널리 퍼진 예시문인지 모르겠지만 교육용으로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자가 상이하니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본어와 중국어는 원칙적으로 띄어쓰기가 없다. 영어는 단어별로 다 띄우면 되니 그 역시도 띄어쓰기의 영향력이 크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우리글에서 띄어쓰기는 문장의 수준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강의할 때의 일이다. 한 외국인 학생이 노트 가득 '없다'로 끝나는 형용사를 적어 놓고 암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학생의 노트에는 '하염없다'나 '철없다', '형편없다', '사정없다' 같은 단어들이 적혀 있었는데 이들은 그 자체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반면, 같은 '없다'지만 '밥 없다'나 '돈 없다'는 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띄워야 한다. 뚫어져라 노트를 보고 단어를 암기하고 있는 그 유학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띄어쓰기 규정을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원어민으로서 조금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우리글의 띄어쓰기 규정은 사실상 잠정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단어는 자꾸만 생겨나고 문학적 허용도 인정하고 있으며 또 각 기관이 자신들의 실정에 맞춘 규정을 만들어 각자의 띄어쓰기 원칙을 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띄어쓰기는 강제성을 가지지 못하는 어디까지나 삶 속의 원칙일 뿐이다. 말하자면 글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나 시험을 통해 그 실력을 검증 받아야 하는 자리에서는 정확하게 지켜져야 하겠지만 일상 속에서 '형편없다'를 띄웠다고 해서 그 문장을 뭐 그리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요즘은 문자로 바로바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시대 아닌가.

띄어쓰기의 고전 예문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아주 잠깐 헷갈릴 수 있는 문장일 뿐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사람이 가방에 들어가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말이다. 만약 진짜 아버지께서 친구들과 '내가 저 가방에 들어가면 얼마 줄래?'와 같은 실없는 내기를 하신 경우를 문장으로 옮긴 상황이라면 조사 '가'가 생략되었기 때문에 옳은 문장으로 봐 주기도 힘들다. '아버지가가방에들어가신다'와 같이 조사를 명확히 적으면 띄어쓰기가 전혀 되지 않아도 의미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끔 사회인 야구단의 시합 중 애매한 야구 규정을 놓고 고성이 오가고 심지어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을 볼 때가 있다. 또 할아버지 기일에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여 제사의 형식과 절차를 논하다가 언성이 높아지고 '이제 두 번 다시 제사를 지내러 오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의절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고작 저것 때문에 저 사달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장면들이다. 형식에 갇혀 표현이 어려워지는 문법은 조금은 수월하게 손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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