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랩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칠곡군 북삼읍 어로1리 할머니들이 래퍼로 변신(매일신문 7월 23일 보도)한데 이어 지천면 신4리 할머니들도 지난 30일 마을 경로당에서 래퍼 걸그룹 '수니와 7공주' 창단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이 전쟁의 아픔은 물론 배우지 못한 서러움과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래퍼 걸 그룹을 결성했다.
'수니와 7공주'는 그룹의 리더인 박점순 할머니의 이름 마지막 글자 '순'을 변형한 수니와 일곱 명의 나머지 멤버를 의미한다. 평균 연령은 85세로 최고령자는 정두이(92) 할머니이고 최연소자는 장옥금(75) 할머니다.
할머니들은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대통령 글꼴로 알려진 칠곡할매글꼴 제작에도 참여했다.
할머니들은 랩 공연을 위해 자신들이 직접 썼던 일곱 편의 시를 랩 가사로 바꾸고 음악을 입혔다. 노래 곡목은 '환장하지', '황학골에 셋째 딸', '학교 종이 땡땡땡', '나는 지금 학생이다' 등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한을 표현했다.
또 6·25전쟁 당시 총소리를 폭죽 소리로 오해했다는 '딱꽁 딱꽁'과 북한군을 만난 소감을 표현한 '빨갱이' 등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노래했다. 이밖에 깻잎전을 좋아했던 고인이 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들깻잎' 등을 선보였다.
할머니들의 랩 연습을 위해 안태기(왜관읍사무소) 주무관이 재능 기부를 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 전에 연예인을 꿈꾸었던 안 주무관은 2주에 한 번 마을 경로당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쳤다. 할머니들의 한글 선생님인 정우정 씨도 랩 지도에 나서고 있다.

이필선(87) 할머니는 "성주 가야산에서 북한 군인을 만나기 전에는 빨갱이는 온몸이 빨갛다고 생각했었다"며 "랩을 부를 때마다 그날의 아픔이 떠오른다. 랩으로 아이들에게 전쟁의 고통과 통일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칠곡 할머니들이 증명하고 있다"면서 "한글 교육으로 시작된 칠곡 할머니의 유쾌한 도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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