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법부의 성인지감수성 부족 우려스럽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간·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은 비율은 4.97%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자 비율은 3.48%였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자 비율은 3.27%였다.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의 1심 무죄 선고 비율이 3.14%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선고 비율은 2021년 1.78%에서 2년 사이 2배 정도 폭증한 것으로 조사돼 사법부의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성범죄 혐의자 비율은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가 42.56%였고, 강간·추행 혐의는 38.43%,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35.72%로 각각 나타났다. 같은 시기 전체 형사사건의 1심 집행유예 선고율이 34.37%였던 것에 비춰 볼 때 성범죄 혐의자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율은 최대 8%까지 높았다.

그동안 사법부는 "뒤떨어진 성인지감수성을 보완하고 개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지만, 국민 앞에서 한 사법부의 약속이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성범죄 가해자는 대체로 피해자에 비해 우월한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법조계에서는 로펌들이 성범죄 가해자로부터 받는 수임료가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법부가 '돈으로 성범죄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행위'에 일조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범죄 혐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표'라는 이유로 사법부에 의해 기각되면서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성범죄마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일반화한다면 사법 정의가 무너지면서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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