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속이 다 시원" 정당 현수막 본격 철거…정당은 ‘반발’

이날부터 수성구·중구 등 정당현수막 단속…60여개 철거
행정안전부, "상위법 위반"…타 지자체엔 조례안 의결 무효소송 제기
'설치 개수·장소 제한' 옥외광고물 개정법은 9일 국회 본회의 통과 전망

1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삼거리에서 수성구청 정당 현수막 특별단속팀이 게시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1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삼거리에서 수성구청 정당 현수막 특별단속팀이 게시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철거 시작하겠습니다."

1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세상 앞에 나타난 수성구청 정당 현수막 특별단속팀이 3m에 달하는 긴 낫으로 2개의 정당 현수막을 끊어 냈다. 수성구청은 이날 주요 대로변에 걸린 정당 현수막 60여 개를 잇따라 철거했다.

오후 2시쯤에는 중구청도 정당 현수막 단속에 나섰다. 단속팀은 반월당네거리 곳곳에 내걸린 정당 현수막 4개를 없앴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속이 다 시원하다"며 "그동안 여야를 떠나 상대방을 헐뜯는 내용이 많아 볼 때마다 기분이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대구시가 1일부터 무분별하게 내걸린 정당 현수막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각 정당들은 헌법이 규정한 정당의 자유를 막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대구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돼야 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설치 개수도 제한된다. 혐오·비방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도 철거 대상이다.

이날부터 대구시와 각 구·군이 본격적인 정비에 나서자 시민들은 일제히 반긴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수막 철거를 지켜보고 있던 중구의 김택용(68) 씨는 "그동안 정도가 너무 심했다. 한때는 현수막이 안 걸린 교차로가 없을 정도"라며 "멀쩡한 지정 게시대 등을 두고 왜 무리하게 현수막을 거는지 모르겠다. 젊은 층의 반감만 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각 정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홍석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대구시는 헌법이 규정한 정당의 자유를 조례로 막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현수막을 무단 철거한다면 증거를 확보해 재물손괴죄나 절도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년 정의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지정 게시대가 적은 곳에선 정치적 의사 표현의 다양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별도의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도 지자체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한 것이라 보고 관련 조례를 시행한 인천, 광주, 울산, 부산시 등을 상대로 조례안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잇따르자 국회는 설치 개수와 설치 장소를 제한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오는 8일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9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김상연 대구시 도시디자인과장은 "행안부로부터 소송이 들어오면 정당현수막 설치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강조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면서도 "지난해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 현수막 제한 규정이 없어 조례로 제한한 것이고, 이후 법이 개정돼 현수막 제한 규정이 생기면 바뀐 법을 검토해 대구시 조치도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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