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서해를 표류하던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할 때까지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씨 피살 후 사건을 은폐하려고 기밀 자료를 삭제하고 불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 씨 사망이 '자진 월북'에 의한 것으로 몰아가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7일 전임 문재인 정부가 이 씨 피살 사건 당시 상황을 방치하고 사건 이후에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내용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주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순 발표한 중간 감사 내용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이 씨가 사망하기 전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안보실은 관련 사실을 보고 받고도 통일부 등에 상황 전파를 하지 않았고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상황이 종료되지도 않았는데 조기 퇴근했다. 해경은 관련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국방부 등에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담당 국장 역시 상황 파악은 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 씨가 피살·소각된 이후부터는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국방부, 국정원, 해경은 '자진 월북' 방침이 사실과 다르다고 파악했지만 방침을 따랐다. 정부는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대국민 발표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위법·부당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 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관계 기관들에도 별도의 주의 요구를 내렸다. 13명 중 주요 인사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관계 기관은 서해 공무원 생존 당시 매뉴얼에 따른 신변 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 자료를 삭제하고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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