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용 엘리베이터 추락 사망사고(매일신문 12월 8일)가 난 가운데, 해당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을 총괄하는 원청이 중대재해를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위험의 외주화'만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오후 8시 15분쯤 달서구 본리네거리 인근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인상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 A(64)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텔레스코핑 케이지'로 불리는 작업용 엘리베이터 발판 위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던 도중 17층 높이에서 추락해 건물 5층에서 발견됐다.
당초 해당 사업장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9일 대구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은 외주 업체와 임대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건설사와 특별히 약정한 게 아니라면 해당 작업 노동자는 도급 종사자로 보지 않는다. 이에 이번 사망 사고도 임대 계약을 수행한 타워크레인 업체 측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번 공사 현장과 계약한 타워크레인 업체 역시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건설사와 타워크레인 업체 간 계약 금액은 16억원이며, 업체 노동자 수도 7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 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지만, 노동자가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포항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의 텔레스코핑 케이지가 15m 높이에서 추락하면서 여기 타고 있던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사고 역시 임대한 장비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건설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동력 중 하나였던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7일 한국서부발전 회사와 대표이사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작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주체인 '원청'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탓에 현장 종사자들은 재촉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달서구 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작업자 A씨는 "다음날 작업 계획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저녁 늦게까지 작업하니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 것"이라며 "원청에 여유 있게 하자고 말은 하지만, 우린 일개 노동자일 뿐이고 결국 원청에서 이틀 할 일을 하루 만에 마무리해 달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실 속에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건설업 50억원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은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이번 사고처럼 법이 있어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법 적용 확대를 자꾸 유예하는 건 사고를 방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정대로 법을 적용하고 정부에서도 기업이 안전보건 체계를 갖추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 관련,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외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크레인 업체 등을 대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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