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가균형발전 가로막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경제적 타당성을 사전 검증·평가하는 제도이다. 전체 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고 지원 300억원이 넘는 사업이 예타 대상이다. 그런데 1999년 도입 후 20년 넘게 시행 중인 예타 제도가 국가균형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수도권은 유리하고, 낙후된 지방은 불리하기 때문이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은 지역 발전의 토대다. 특히 철도·도로는 국민 이동 편의를 증진하는 것은 물론 개발의 효용성을 높인다. 새로 개통된 철도와 도로는 인적·물적 교류를 늘리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의지에 따라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수도권 집중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지방의 SOC 사업은 예타 제도에 가로막혀 있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예타 제도 아래에선 인구가 적은 지방은 SOC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SOC가 절실한 지방은 정부와 정치권에 애걸복걸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형평성을 내세워 예타 예외를 최소화하려고 기를 쓴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특별법의 연내 제정이 불발된 것도 이런 탓이다. 특별법에 포함된 예타 면제 조항에 대한 기재부와 수도권 언론의 반발이 거셌다.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의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도 '예타의 벽' 앞에서 무기력하다.

달빛철도 특별법을 심사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타 제도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예타로 인해 대한민국이 두 동강이 났다" "예타 제도가 빈익빈 부익부를 낳고, 지역균형발전을 더 어렵게 만든다" 등 제도 개선 요구가 많았다. 예타 제도는 2019년 일부 개선됐으나, 효과가 없다. 비수도권 사업의 경우 경제성 가중치를 5%포인트(p) 낮춘 30~45%로,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는 5%p 높인 30~40%로 조정했다. 그러나 경제성 비중이 여전히 높다 보니 지방에서 대형 SOC 사업은 언감생심이다. '지방시대'에 맞게 예타 제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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