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北 “영토 평정 대사변 준비” 도발, 방첩 현주소 짚어야

북한이 적화통일을 노골적으로 선포했다. 최근 있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유사시 핵무력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또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교전국 관계"라고 정의 내렸다. 우리의 대북 강경 기조에 맞서는 한편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인 위협은 진작 있었다. 다만 으레 있던 으름장과 밀도가 다르다. 북한은 특히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북측의 속내다. 햇볕정책이 일장춘몽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낭만적 평화론에 젖은 짝사랑이었음을 자인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63년 만에 경찰로 넘어갔다. 작지 않은 빈틈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의 수사력을 낮잡아 보는 게 아니다. 대공수사는 단기간에 답을 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경찰도 '2022년 자체 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안보정보 수집' 부문이 미흡하다는 성적을 매겼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였다. 인권 침해, 국내 정치 개입 금지가 명분이었다.

느슨한 안보 의식에 나라가 무너지는 건 수순이다. 북한에 동조하는 이들은 양심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지금도 암약하고 있다.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며 친북 활동을 이어간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때 더욱 활발했다. 공안몰이라는 음모론은 부적절하다. 이참에 방첩의 현주소도 되짚어야 한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금지를 외치는 사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이들은 제도 정치권에 들어왔다. 총선 출마도 저울질한다. 이제 대한민국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까지 대한민국이 보호해야 할지 자문해야 할 때다. 허울 좋은 햇볕정책의 이면을 직시할 때가 충분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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