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죄’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글로벌 100년 기업' 빅 스텝 밟나

종합금융그룹 체계 탄력 바탕 시중은행 전환‧해외 진출 날개 활짝 펼 듯

DGB그룹 서울금융센터 전경. DGB금융지주‧DGB대구은행‧DGB생명‧DGB캐피탈 사무실을 한곳에 모아 '원(ONE) DGB'로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곳이다. DGB그룹 제공
DGB그룹 서울금융센터 전경. DGB금융지주‧DGB대구은행‧DGB생명‧DGB캐피탈 사무실을 한곳에 모아 '원(ONE) DGB'로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곳이다. DGB그룹 제공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1심 무죄를 계기로 그의 리더십과 성과가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2018년 취임 이래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을 밑바탕 삼아 수많은 결실을 이뤘음에도 사법 리스크로 한 때 빛이 바랜 측면이 있었지만, 명예 회복하면서 제 평가를 받게 된 것. 일각에서는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롱리스트(후보자 명단) 확정을 앞두고 3연임 가능성에 주목하는 등 무죄 효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기소를 놓고는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라는 금융권 안팎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합금융그룹 체계 완성…"전쟁 중 장수 안 바꾼다"

2018년 5월부터 DGB호(號)를 지휘해온 김 회장은 연임 당시부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지방지주 중 가장 다양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로 DGB지주 설립 10년 만에 중기 경영전략 목표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온화한 덕장 스타일의 김 회장이 본인 생각보다 내부 임직원의 의견을 경청한 뒤 의사결정을 내린 게 바탕이 됐다는 게 구성원들의 말이다. 강을 건널 때는 말을 바꾸지 않는다는 철학은 경영 연속성·안정성 확보로 이어졌다. 또 2021년 5월 서울 을지로 사옥 체제를 본격화하며 DGB금융지주‧DGB대구은행‧DGB생명‧DGB캐피탈 사무실을 한곳에 집결해 '원(ONE) DGB'로서 시너지를 키웠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8년 10월 인수 완료한 하이투자증권 등 비은행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발판이 마련되자 비은행 이익이 우상향하며 계열사 실적이 향상됐다. DGB생명의 경우 2017년 126억원이던 당기손익이 2023년 700억원(예상)으로 수직상승했다. 보험계약의 안정성 지표인 13회 차 유지율은 89.8%로 업계 1위다. 김 회장은 "DGB만의 차별화된 DNA와 경쟁력으로 계열사 간 역량을 유기적 연결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힘든 영업환경 속에서도 지방지주 중 보험, 핀테크와 교통카드에 이르기까지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종합금융그룹으로 100년 비전을 그렸다. 이어 지방지주를 넘어 주요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움직임에 탄력을 붙였다. DGB가 시중은행 전환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김 회장이 DGB금융 신 중기 비전으로 '새로운 금융, 신뢰받는 파트너'를 제시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는 'DGB HIPO Program' 도입으로 첫 여성 CFO 외부 영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냈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도 전략 역량 결집과 강화, 핵심 업무 중심의 효율적 조직 구축에 방향을 두되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같은 리더십은 2017년 67조원이던 총자산이 2023년 3분기 100조원, 같은 기간 2천716억원이던 당기손익이 4천247억원으로 치솟는 성과로 이어졌다.

DGB금융그룹이 지난 2일 '2024년 시무식'을 열고 신(新) 중기 비전로 '새로운 금융, 신뢰받는 파트너'를 발표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DGB금융그룹이 지난 2일 '2024년 시무식'을 열고 신(新) 중기 비전로 '새로운 금융, 신뢰받는 파트너'를 발표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신청으로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가 크다"면서 "2024년은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GB금융 제공

◆사회공헌 경영‧글로벌 진출 결실 풍성

ESG 지배구조 1등급‧ESG 평가등급 (KCGS A등급·MSCI AA등급) 위상에 걸맞게 지방지주 처음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고 지방금융권 최초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출범 등 ESG 경영을 강화한 점도 두드러진다. 친환경‧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조달 자금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지주 첫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인증 획득을 비롯 ▷UNGC(유엔글로벌콤팩트) 책임금융선도기업(LEAD회원) 선정 ▷글로벌 지속가능지수(DJSI) 코리아 편입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의 탄소감축 목표 승인 ▷2023년 대한민국 ESG경영 혁신대상 금융부문 우수상도 수상했다.

또 코로나 19가 덮친 2021년 1월부터 금융지원과 사회공헌에 힘쓴 점을 인정받아 대구광역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사용량·온실가스 배출량·온실가스 배출 집약도 같은 데이터베이스 기반 기후금융 전략 수립과 실천에 앞장섰다.

ESG를 위해선 전문 인재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속가능경영 총괄 전무인 김철호 전무를 부사장(그룹감사총괄)으로 선임해 제로 전략 이행‧'올바른 금융'을 위한 가치 확립‧내부통제 강화‧리스크관리 내재화 등 DGB금융의 주요 ESG 경영 전략을 집중 전개했다.

앞서 김 회장은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ESG금융을 강화하겠다"(2022-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고 밝혔고, 실천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펼쳤다. 2024년에는 기본에 충실한 ESG 경영 가속 페달을 밟았다. 지속가능한 금융환경을 만들기 위해 재무적 성과는 물론 비재무적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캄보디아와 베트남‧미얀마‧라오스 등을 잇는 DGB금융그룹의 '인도차이나 금융벨트' 구축 전략 등 글로벌 진출도 빼놓을 수 없다. 베트콤뱅크(Vietcombank)와 금융업무 상호협력 업무협약 체결을 신호탄으로 ▷캄보디아 핀테크 업체인 파이페이(Pi-Pay)‧쿨빈(Coolbeans) 등 현지 금융회사와의 협력 강화 ▷현지 소액대출법인(MFI)인 'DG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 설립 ▷DGB대구은행 호치민 지점 개점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 법인 설립이 그 결과물이다. 해외에서 실적이 일제히 증가하며 DGB금융지주의 해외실적은 큰 폭의 오름세를 타고 있다.

◆디지털 및 시중은행 전환 날개 달까

DGB금융은 2021년 8월 국내 1위 알고리즘 주식투자 플랫폼 기업 뉴지스탁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디지털 혁신 전략의 하나로 비대면 금융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해 국내 금융그룹이 핀테크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또 'iM뱅크'와 ▷DGB대구은행의 대표적 플랫폼인 'iM#(아이엠샵)' ▷하이투자증권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iM하이' ▷DGB캐피탈의 렌터카 플랫폼 'iM캐피탈' 같은 그룹 모바일 브랜드를 운영해 흥행몰이 중이다. DGB대구은행의 모바일 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 IM뱅크 이용고객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가 176만명으로, 비대면 원화대출금은 1조5천166억원, 비대면 원화예수금은 4조1천334억원에 달한다. 2021년 7월에는 DGB대구은행의 'IM직장인 간편 신용대출 등 비대면 채널 판매 신용대출의 신규취급 실적이 1조 원을, 소상공인과 고객을 연결하는 지역화폐 플랫폼 IM샵 이용고객이 30만 명을 돌파했다. 주주‧고객‧사회‧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동행 금융 실천이다.

악재를 걷어낸 김 회장은 시중은행 전환으로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 총력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시무식에서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기대감을 드러낸 김 회장은 비전 실현을 위한 중기 경영전략 목표로 '신‧바‧람'을 제시하고 모두에게 신뢰 받는 '올바른 금융' 등 3대 추진 과제를 내놓았다. 시중은행 전환을 '생존 위한 선택'이라고 언급한 김 회장의 추진 전략과 시중은행 내 영향력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금융권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무죄 김태오 행보에 쏠린 눈…"기소 무리" 비판론도

김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음에 따라 이목은 자연스럽게 DGB금융 회추위의 차기 회장 선임 구도로 옮겨간다. 법원의 무죄 판결이 차기 DGB금융 회장 선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나고 회추위는 이르면 이달 중순 후보자 명단을 추린다. '은행권 경쟁 촉진화 방안'에 맞춰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현안과 안정적인 지배구조 차원에서 3연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만 67세 초과 시 회장에 선임·연임될 수 없다'고 규정한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이 관건이다. 하지만 김 회장이 사법 리스크 꼬리표를 떼면서 향후 DGB금융 이사회에서 나이 규정 등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 회장은 일단 시중은행 전환과 더불어 '해외에도 명성을 널리 알리는 글로벌 100년 그룹을 위한 전진' 이행의 실질적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글로벌 IR을 직접 챙기며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고, 이제 동남아 지역을 금융거점으로 확보하기 위한 빅 스텝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대구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대구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김 회장 기소와 관련 금융계에서는 "애초 무리가 아니었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판부가 현지 브로커에게 지급한 350만 달러 DGB SB의 사업은행 전환을 위해 지급한 비용이 맞다고 판단하면서도 국제 상거래에 해당하지 않아 국제 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는 점에서다. DGB금융은 10일 판결 이후 김 회장 등 변호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지난 2년 동안 11차례 법정 증언 및 1만 페이지 상당의 수사 기록을 검토해 올바른 판단을 한 재판부의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기소가 오랜 기간 사건 관련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고, 여러 사람이 고통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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