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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 모순…키즈테크, 아동산업 '호황' 이끈다

초등학생용 가구 '조이S 2(JOYS 2)'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한샘 제공
초등학생용 가구 '조이S 2(JOYS 2)'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한샘 제공

고물가 시대 속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는 반면 '키즈(KIDS) 산업'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기존 아동 시장에 IT 기술을 접목한 키즈테크 출범으로 디지털이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 부모에게 편리함을 더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부모는 각종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육아는 물론 자녀 교육, 쇼핑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또, 육아 관련 지식 등을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며 다른 부모들과 '공유 육아'도 가능하다.

각 업계에서도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유·아동 맞춤 영상 제작과 함께 유·아동을 겨냥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11번가에서는 지난해 10월 아동 제품 전문관 '키즈키즈'를 개관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온앤더키즈' 전문관을 출범하면서 작년 9월 유아동 매출이 전문관이 들어서기 전인 2022년 9월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즈테크는 경기 불황에도 아동 산업을 확장하는 불씨가 됐다.

'한 가정 한 자녀'도 보기 힘든 요즘, 아이가 태어나면 귀하게 키우는 '골든키즈' 가정이 늘고 있고, 아이 한 명에 가족, 주변 지인 등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텐포켓' 신조어까지 생겼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키즈 산업의 규모는 ▷2002년 8조원 ▷2007년 19조원 ▷2012년 27조원 ▷2020년 40조원으로 성장했다.

저출산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초등 입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초등생을 위한 가구 부분은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12일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에 따르면 초등학생용 가구 '조이S 2'를 출시한 지난달 15일부터 약 한 달간 초등용 가구 전체 매출액은 직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까지 증가했다.

명절 분위기도 아이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G마켓에 따르면 작년 설을 앞두고 열린 '설 빅세일'기간 동안 자녀 선물과 관련된 품목이 직전년보다 급증했다. 카테고리별로는 '문구/학용품'이 104%, '노트북/PC'가 72%가 늘어 일명 '아이 선물템' 부문이 모두 직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이 귀해지면서 아이 한 명에 관심을 쏟는 가족이나 지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요즘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선물 배송 등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도 공동 육아가 가능한 시대"라고 설명했다.

사실 키즈산업은 언제나 '되는 산업'이었다. 1997년 IMF 바람이 거셀 때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산업은 '엔젤비지니스'라고 불리며 불황을 피했다. 당시 가구당 평균 소득이 25% 가량 줄었지만, 자녀들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60대 남성 A씨는 "IMF 때 자식들이 어렸다. 그래도 다른 부모가 하는 만큼은 아이들에게 해줬다고 생각하는데, 당시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자식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며 "그때의 미안함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손주 손녀들만 보면 모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내가)명품을 못사더라도 손주에게는 사주고 싶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키즈테크 출범과 함께 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힘든 시절을 겪은 조부모부터 이어지니, 키즈 산업군은 향후 저출산 문제와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프리미엄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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