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번가, 국내 판매인 척 제품 올리고 실상은 해외구매대행…일반셀러 편법에 '모니터링'만

급히 물건을 구입해야했던 A씨는 해당 제품이 대부분 해외구매대행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고 11번가에서 3일 안에 배송되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구입했다. 11번가 앱에서 제품이 '배송중'이라고 표시된 것을 보고 안심했던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자로부터 "국내 재고가 전부 소진돼 본사에서 제품을 발송해야 한다. 배송기간은 1~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통관고유부호와 성함을 문자로 회신해달라"는 황당한 메시지를 받았다.

혹시나 해서 11번가 앱을 통해 주문했던 제품을 다시 검색한 결과 동일한 판매자가 같은 제품을 또 3일안에 도착 예정이라고 표기한 채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해외구매대행을 할 거면 미리 알리고 정확히 공지를 하고 판매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이미지도 해외 온라인쇼핑몰 사이트에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국내에 물건이 있는 식으로 거짓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 11번가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11번가가 일부 판매자들의 꼼수를 제때 걸러내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국내에 물건이 없음에도 물건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것처럼 판매글을 올린 뒤 각종 이유를 들어 해외구매대행으로 유도하는 일이 11번가 안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로 구매가 가능한 일을 국내 판매 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에 대해 11번가가 '판매장'을 열어준 것과 같다"고 비난하고 있다.

11번가에서 제품을 구입 한 뒤
11번가에서 제품을 구입 한 뒤 '배송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도착 예정일(18일)이 보인다.(좌측) 이후 판매자는 제품이 없다고 알리며 구매대행방식으로 전환을 알린다.(중간) 재고가 없다는 제품을 동일한 판매자는 여전히 3일 이내에 도착이 가능한 것으로 올려 놓고 판매하고 있다.(우측)

11번가는 국내 제품을 판매하는 일반셀러와 해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셀러가 따로 존재한다. 해외구매대행을 하는 글로벌셀러는 해당 제품의 배송 기간이 다소 걸린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물론 주문 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력해 달라고 공지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 받는 것이 귀찮거나 배송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싫어 일반셀러의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이 같은 성향과 11번가에서 국내제품 판매가 노출이 잘된다는 점을 노리고 일부 구매대행업자는 일반셀러로 가입한 뒤 주문을 받고 있는 것.

한 구매대행업자는 "최근 알리가 국내 판매를 확장하면서 이를 이용해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글로벌셀러로 등록해 해외구매대행을 하면 오히려 소비자은 직접 해외직구 방식으로 돌아서다보니 국내제품 판매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1번가에서 정상적인 구매대행으로 등록한 글로벌셀러는 위와 같이 배송 기간과 개인통관고유부호 등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다.
11번가에서 정상적인 구매대행으로 등록한 글로벌셀러는 위와 같이 배송 기간과 개인통관고유부호 등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다.

이들은 11번가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을 발송한 것처럼 등록한 뒤 구매자에게 제품이 파손됐다거나 국내 재고가 소진됐다고 알리며 해외 본사로부터 물건을 받아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개인통관부호를 개별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실제 11번가에서 여러 제품을 검색한 결과 해외 사이트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국내에 제품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판매가 손쉽게 보였다. 이를 모르고서 주문한 소비자들은 배송 예상 시간과 전혀 다른 결과를 받게 되는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고객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별도로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1번가에서 국내판매자로 등록한 뒤 글로벌셀러처럼 해외구매대행을 하는 이들이 자신들만의 편법 노하우를 알리는 게시물도 많다. 일부 블로거는 몰래 해외구매대행하는 국내 셀러들을 위해 '11번가에서 패널티 없이 구매자 귀책으로 판매취소하는 방법'을 알리고 있기도 했다. 일반셀러가 개인통관부호를 요청했다가 주문자로부터 취소 요청을 받게 될 경우 판매자의 귀책으로 주문이 취소되고 판매자 점수가 깎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막기 위해 주문자 귀책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알린 것이다.

이 같은 편법 판매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오히려 정상적으로 구매대행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셀러들의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등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이에 대해 11번가 측은 "자체 모니터링 팀을 통해서 이상거래를 파악하는 한편 고객의 제보를 통해서 위와 같은 경우에 피해 사례에 적극대응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답변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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