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서 있기조차 힘든 몸…숱한 사고와 불운 덮쳐 구겨진 삶

여섯살때 손수레 뒤집어져 다리 골절…이후 교통사고 당해 1년간 병원 신세
가정형편 어려워 공사장서 일하다 추락, 머리 다치고 원인 모를 어지럼증 시달려
'유일한 버팀목' 조부모 세상 떠난 후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하루하루 버텨

지난 19일 김경식(가명·55) 씨가 문고리를 잡고 중심을 유지하며 취재진을 배웅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19일 김경식(가명·55) 씨가 문고리를 잡고 중심을 유지하며 취재진을 배웅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방치되는 건 이제 신물이 난다. 집 벽 한편에 가지런히 방치된 장화를 보고 김경식(가명·55) 씨는 생각했다. 밭에 나가지 못하는 나날이 하릴없이 길어지고 있다. 장화에 묻어 있던 흙은 먼지가 되어 날아갔고, 이젠 자국마저 희미하다.

오랜 시간 방치된 집 안에 꼼짝 없이 내버려진 자신. 오랜 기간 방치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오른다리가 유난히 서글픈 하루였다.

◆교통사고에 낙상사고까지…10대부터 끊이지 않는 불운

경식 씨는 강원도 태백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근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였다. 하루 종일 석탄가루를 마시며 번 돈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어린 시절부터 경식 씨에겐 불운이 끊이지 않았다. 첫 번째 사고는 여섯살때 동네 친구들과 손수레를 타고 놀다가 벌어졌다. 손수레를 끌던 아이들의 실수로 손수레가 뒤집어졌고, 짐칸에 타고 있던 경식 씨의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치료'가 낯선 시절이었다. 경식 씨가 다리를 절어도, 어른들은 사내아이들끼리 거칠게 놀다가 생긴 부상 정도로 여겼다.

손수레 사고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사고가 일어났다. 경식 씨는 집 맞은편에 있는 철물점으로 가려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 다리를 저는 탓에 빠르게 건너지 못했던 경식 씨는 질주하는 택시에 그대로 치였다. 워낙 큰 사고여서 1년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 바람에 초등학교 입학도 1년이 늦었다.

불운은 계속됐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는 경식 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도 오랜 기간 탄광에서 일하며 얻은 직업성 폐질환으로 일을 쉬어야 했다. 아버지는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3년간 집에서 와병했다.

새어머니가 부업으로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가정 형편이 한창 어려운 무렵이어서 경식 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꿈도 꾸지 못했다.

중학교 졸업 후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일은 똑같이 해도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받는 일당의 75%만 받았다. 그래도 불평조차 할 수 없었다. 현장 반장의 말대로 두 다리가 멀쩡한, 경식 씨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버텼다. 안간힘을 쓰는 경식 씨에게 질긴 불운이 또다시 찾아왔다. 3층 건물에서 작업을 하던 중 2층으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 그때부터 경식 씨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고, 원인 모를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야속한 세월…조부모 세상 떠나고 건강 악화

건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뒤 경북 봉화에 있는 할머니댁에서 3개월 정도 지냈다. 경식 씨는 한적한 시골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끈질겼던 불운에서 비로소 해방된 것 같았다.

스무살부터는 아예 봉화로 돌아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조부모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평온한 삶이 이어졌다.

그러나 잔잔했던 삶도 영원할 순 없었다. 세월이 흘러 고령에 접어든 조부모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정성껏 간호를 해도 막을 수 없었다. 아버지 역시 뇌졸중으로 눈을 감았다. 가족력이었다.

그렇게 경식 씨는 다 쓰러져가는 집에 홀로 남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거들며 배운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여름철 가지나 호박을 키워 농협 공판장에 내다 판 돈으로 한 해, 한 해를 버텼다.

이마저도 영원할 수 없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다리 상태가 더 나빠져 밭에 나가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예전에도 불편해도 일은 할 수 있었지만 3년 전부턴 가만히 서서 중심을 잡는 일조차 버거워졌다.

대구에 있는 정형외과 병원에서는 다리 수술에 600만~700만 원이 든다고 했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지난해 여름 수해로 밭농사를 망쳐 통장 잔고엔 42만원이 전부인데, 그 정도 수술비를 마련할 방도가 없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보니 청소나 요리 등 간단한 집안일조차 하지 못한다. 집안일은 고사하고 머리를 감는 등 간단한 개인위생 관리도 힘든 상황이다. 마당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몸이 무겁다. 경식 씨는 무언가에 짓눌린 사람처럼 방 한편에 구겨진 채 앉아있다. 난방이 전혀 안 되는 방바닥은 차디차고,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인 창문 틈새론 매서운 겨울 바람이 밀려 들어온다. 두툼한 점퍼에 털모자까지 써보지만 추위를 막긴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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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혈액암 앓는 아들 돌보는 서중일 씨에게 2천330만원 전달

아내는 신내림을 받아 떠나고 막내 아들은 11살에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괴로운 서중일 씨에게 2천330만2천7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도경희 200만원 ▷방순옥 4만원 ▷나선희 3만3천원 ▷박종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시우 2만원 ▷김진만 1만원 ▷박진구 1만원 ▷배상영 1만원 ▷허영재 1만원 ▷이진기 5천원 ▷이장윤 2천원 ▷'석미혜(계대)'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살에 뇌경색 앓는 아들 치료 막막한 황윤선 씨에게 2천473만원 성금

12살에 뇌경색 찾아온 아들 치료해야 하는데 생활고에 허덕이는 황윤선 씨(매일신문 1월 16일 자 10면 보도)에게 47개 단체, 188명의 독자가 2천473만6천877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주)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권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핸즈커피 황금점(박규보) 5만원 ▷현대전산인쇄(주)(이기복)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주)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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