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의 존중'은 최근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흐름 중 하나입니다. 개인에 대한 몰입과 집중, 자아실현의 문제가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사회 안에서 개인의 고립과 불안함이 만연하고,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좋은 삶이 어떤 삶인지에 대해선 저마다 다른 상상력과 다른 방법론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좋은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려주며, 의미 있는 삶을 찾도록 도와주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어린이도 우리의 '삶터'를 가꾸는 주인공
'지속가능한 세상에서 도시는 생명체다!'(배성호, 주수원 지음)는 지리와 역사, 문화,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터'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는 도시의 모습을 여러 지점에서 살펴보는 책입니다. 부제인 '모두가 어우러진 삶터'에서도 드러나듯이 저자는 진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곳일까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고 있어요.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가 아닌, 사람과 동식물 및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거대한 생명체로서의 도시를 조망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 길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인구의 약 92%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도시 인구는 얼마나 될까요?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76%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이는 약 55억 명에 달합니다.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인류의 삶터라 할 수 있는 '도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그 생성과 발달 과정을 알아가면서, 미래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고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 것은 분명 의미 있습니다.
책은 도시의 탄생과 발달 과정을 알아보고 세계 여러 도시의 흥망성쇠를 둘러싼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곳인지 정리해 나갑니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 동식물과 함께 살기 좋은 생태환경이 좋은 도시, 소외되는 사람이 없이 모든 사람이 행복한 도시, 안전한 도시 등 여러 각도에서 '도시'를 살펴보고, 매 주제 아래 '함께 생각해요!' 항목을 두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각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풍부하게 들고 있어 어린이나 청소년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5장 '우리가 바꿔 가는 도시'는 도시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삶터임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의 동네, 나의 이웃은 어디까지일까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주제로 발간되고 있는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 온 세계를 책에 담아낸 시리즈입니다. '아무튼, 당근마켓'(이훤 지음)은 손안에 전 세계를 쥔 것 같은 광활한 온라인 세상 한편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반경 안의 '동네' 사람들과 물건을 사고팔고 안부를 전하며 '이웃'이 돼가는 공간, 당근마켓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특별한 것 없는 거래의 장, 일상의 온라인 공간이 어떻게 어떤 한 사람에게는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됐을까요?
작가는 중고 거래를 위해 시작한 당근마켓에서 뜻밖에도 자신의 동네와 이웃 사람을 만납니다. 어떤 날은 당근마켓의 '동네 생활' 게시판을 보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합니다. 작가는 "만난 적 없지만 가까이 거주하는 이들이 온갖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를 만날 준비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친구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것처럼, 사람의 선의를 아직 능동적으로 믿는 것처럼. 아직도 이런 데가 있다니"라며 중고거래 플랫폼의 새로운 효용에 감탄합니다. '매너 온도'라는 장치 덕분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공평한 위치에서 서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험합니다.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서로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고 적절하게 개입하고 긴요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배웁니다. 작가는 책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식어가는 이 시대에도, 개인과 개인이 만나 물건과 관계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나눌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독자들도 자신의 중고거래 경험을 돌아보며, 보여주고 나누고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주고받으며 그날그날 필요한 '환대'가 일어나고 시작되는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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