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상하이 중화예술궁·당대미술박물관

엑스포 끝나고 난 뒤, 미술관 품은 건축 남았다

엑스포 중국관은 붉은 홍색의 전통 목조건축 양식인 두공(枓拱)구조 이미지의 건축조형이다.
엑스포 중국관은 붉은 홍색의 전통 목조건축 양식인 두공(枓拱)구조 이미지의 건축조형이다.

세계(만국)박람회라 부르는 엑스포는 문명의 마켓이자 건축의 전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올림픽과 월드컵은 개최했지만 지난해 2030 부산 엑스포는 유치 경쟁에 실패했다. 5년 주기의 엑스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승인의 등록(월드) 엑스포이며 대전과 여수는 인정 엑스포로 구분된다, 2025년에 오사카 간사이에서 2030년은 리야드에서 열리게 된다.

산업혁명의 국가, 영국은 1851년 '런던만국박람회'를 최초로 개최하기 위해 수정궁(크리스털 팰리스)을 하이드파크에 건설한다. 기술혁명의 생산품을 세상에 홍보 판매하기 위한 철강 유리로 세워진 최대 첨단건축이었다. 조셉 팩스턴이 설계한 길이 564m 축구장 18개 규모 초대형 건축은 6개월 만에 완성했다. 재건축한 최초의 박람회 건물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당시 공사현장 인부들이 시작한 축구팀이 지금의 프리미어 리그 '크리스털 팰리스 FC'이다.

중국관. 메르세데스벤츠-스케치
중국관. 메르세데스벤츠-스케치

기술 경쟁국 프랑스는 시민혁명 100주년을 맞아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개최했다. 런던 대형건축에 상대적으로 파리는 최고 높이 철골 타워에 도전,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330m 에펠탑은 설계자 이름으로 파리의 랜드마크로 남았다.

엑스포는 건축기술 혁신과 진보의 장(場)이었다. 런던 '크리스털 팰리스', 파리 '에펠탑'과 함께 몬트리올 '지오데식 돔', 오사카 '태양의 탑',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상하이 '씨앗의 성전'은 엑스포가 탄생한 건축 명작이다.

중화예술궁-스케치
중화예술궁-스케치

◆중국관에서 중화예술궁(中華藝術宮)으로

2010 상하이 엑스포가 열린 황푸강 변은 과거 근대 서양 문물의 관문으로 오래된 창고 공장 선착장 지역이었다. 일시적 일회성 장소와 건축의 엑스포와 달리 이곳의 주요 시설들은 문화공간, 쇼핑센터, 주차시설, 도시공원으로 전환되었다. 본부지원시설 패브릭 와이어 건축, UFO 닮은 메르세데스 벤츠 전시장 건축은 14년 시간이 지난 뒤에도 첨단건축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특히 엑스포 주제관이었던 중국관은 '중화예술궁'으로, 도시미래관은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PSA)'으로 변신하였다.

고대 왕관을 연상케 하여 '동방의 관(東方之冠)'이라 불렀던 엑스포 중국관은 붉은 홍색의 전통 건축양식인 두공(枓拱)구조 형태이다. 두(斗)와 공(拱)을 교차로 여섯 단으로 쌓아 '華(화)'를 연상케 하는 형상은 곧 심벌 로고가 되었다. 우뚝 솟은 강력한 건축 중국관이 지금의 중화예술궁에서도 문화의 힘을 나타내 보인다. 입구 계단은 한자체가 새겨진 기단이며 건물의 두공 마디에는 전각(篆刻)을 새겨서 중국 문자 문명을 표현하여 현대적 단순미와 전통미를 보여주는 건축이다.

중화예술궁 다양한 높이의 6개 전시구역 35개 전시장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한다.
중화예술궁 다양한 높이의 6개 전시구역 35개 전시장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한다.

건축 연 면적 14만 6457㎡, 높이 69m 건물의 층수 표시가 특별하다. 0M 층, 5M 층, 33M 층, 41M 층, 49M 층, 60M 층 지상에서 높이를 표기하고 있다. 다양한 높이의 층과 대형공간은 일반적인 층 개념을 초월하여서 몇 층 어디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무색할 것 같다. 전시 공간 면적 7만㎡에는 6개의 전시구역으로 무려 35개의 전시장이 있다.

입장료가 없는 공공 미술관이다. 그러나 엑스포 당시부터 최고 인기였던 '청명상하도(淸明上下圖)' 전시실(60M 층)은 유일하게 입장권을 구매한다. 이 작품만을 보기 위해서 미술관을 찿는 관람객이 많다고 한다. 송나라 수도 카이펑(開奉)의 청명절 생활상을 그린 장택단의 작품은 원화(原畵)는 알 수 없고 복제화만 많다는 전설의 그림이다. 가로 128m 세로 6.5m 초대형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전시실에는 14년째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화예술궁 초대형 디지털 애니메이션 '청명상하도(淸明上下圖)' 전시실은 유일하게 입장권을 구매하는 인기 전시이다.
중화예술궁 초대형 디지털 애니메이션 '청명상하도(淸明上下圖)' 전시실은 유일하게 입장권을 구매하는 인기 전시이다.

2012년 10월 중국관으로 이전 개관한 중화예술궁의 전신은 1956년에 창립된 상하이미술관이다. '상하이 미술파(海派)'의 전통과 맥을 잇는 미술관으로 1만4,000점의 소장품이 있는 유서 깊은 미술관이다. 국내외 초대전, 기획전 등 여러 전시가 있었지만, 특히 근대 개항기와 혁명 시대의 국가기록화들의 대형 전시가 관심을 끌었다.

◆도시미래관'에서 상하이 당대 미술박물관 (PSA,上海當代美術博物館)

황푸강 서편의 엑스포 별관 '도시미래관'은 2012년 '상하이 당대 미술박물관(PSA, Power Station of Art)'으로 개조, 중국 최초의 국영 현대미술 박물관이자 상하이 비엔날레 개최 미술관이 되었다.

옛 발전소와 엑스포 '도시미래관'을 개조하여 '상하이 당대 미술박물관으로 변신, 중국 최초의 국영 현대미술 박물관이자 상하이 비엔날레 개최미술관이 되었다.
옛 발전소와 엑스포 '도시미래관'을 개조하여 '상하이 당대 미술박물관으로 변신, 중국 최초의 국영 현대미술 박물관이자 상하이 비엔날레 개최미술관이 되었다.
상하이당대미술박물관 스케치
상하이당대미술박물관 스케치

1985년 건립된 원난(原南) 발전소 건물은 근대공업에서 정보화 시대에 이르는 상하이 도시 변화를 겪어온 건축이었다. 엑스포 전시관을 거쳐서 지금은 문화 창작 에너지를 담은 현대미술관으로 재탄생하였다.

멀리서부터 나타나는 높은 굴뚝이 먼저 시선을 이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을 것 같은 165m 공장 굴뚝에 비해서 미술관의 넓고도 긴 건물은 상대적으로 낮아져 보인다. PSA 심볼 로고에는 수직선 굴둑과 수평선 건물로 표현하고 있다. 영국의 템스강 변, 화력발전소를 재생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도 높이 99m 옛 굴뚝은 그대로 남겨져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1층 로비에서 위층으로 오르는 넓은 계단은 여유로운 휴게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1층 로비에서 위층으로 오르는 넓은 계단은 여유로운 휴게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1층 로비, 위층으로 오르는 넓은 계단은 여유로운 휴게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상층부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 주변 오픈공간에는 철골 구조들이 노출, 옛 시간과 공간을 느끼게 한다. 4층의 테라스로 나서면 황푸 강과 도시경관을 마주하게 된다. 증기 터빈, 발전기계, 크레인, 산업화 장치들은 조형 작품으로 남겨져 있다.

연면적 41,000만㎡, 전시장 면적 15,000만㎡, 드넓은 대형공간이다. 특히 개인 전시회는 생애 일대기로서 작품량이 많아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엑스포 '도시미래관'이었던 만큼 4층에서는 도시와 건축 관련 전시가 열린다. 첫 방문 때는 세계적 건축 사진가 '헬렌비넷 건축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난겨울 일본의 프리츠커 건축가 '아라다 이소자키 건축전' 열리면서 초대형 건물모형은 광장마당에까지 전시되었다. 4층 아트 샆에는 건축가들의 작품집 기념품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165m 공장 굴뚝은 멀리서부터 나타나는 미술관의 시그니쳐이다.
165m 공장 굴뚝은 멀리서부터 나타나는 미술관의 시그니쳐이다.

넓은 땅 상하이 황푸강 주변에는 아직도 창고, 공장, 작업장, 선착장 등의 오래되고 폐기된 산업 공간들이 많이 남아 있다. 아직은 우리처럼 고층아파트 빌딩으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건물 재생으로 미술관 갤러리 문화공간들이 영역을 이루고 확장되고 있었다. 오일탱크 아트센터, 예창 미술관, 여덕요 미술관, 용 미술관, 별 미술관 등 창의적 예술 공간으로 재생하거나 새로 탄생한 미술관 공간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인구 2,500만 상하이에는 공공 미술관 27곳 사립미술관 73곳(2023년)이 있다. 국가급 미술관인 중화예술궁,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 개관과 함께 미술관의 증가는 상하이 문화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펜데믹의 시기에도 장 누벨의 '별 미술관(星美术馆)' '푸동 미술관' 그리고 데이비드 치프필드의 '서안미술관'등 세계적 프리츠커 수상 건축가 설계 미술관들이 개관했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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