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훈대상자 고령화 추세, “2차·요양병원 키우고 보훈의료지원 강화해야”

대구시 보훈위탁병원 22곳 중 요양병원 1곳, 종합병원 2곳 불과
복합진료 보기 불편하고 오래 걸려, 보훈대상자들도 꺼리는 현실
공공병원 10년 의무근속하는 '공공특수의대' 설립론도

28일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 보훈학술세미나에서 토론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훈 수습기자
28일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 보훈학술세미나에서 토론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훈 수습기자

6.25 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이모(92) 씨는 지난해 방광암 치료를 위해 보훈병원으로 향하지 않고 민간 병원으로 향했다. 보훈병원 이용이 가능한 그는 "보훈병원은 접수 절차가 더 복잡하고, 장비도 민간 병원이 더 좋을 걸로 판단했다"고 했다.

보훈대상자의 고령화 추세 속에 의료수요가 늘고 있지만 보훈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지는 모습이다. 보훈위탁병원 중 2차병원 및 요양병원을 늘리는 한편 보훈예산을 늘려 전문인력, 장비 등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훈당국에 따르면 오해 1월 기준 전체 보훈대상자 55만7천338명 중 만 65세 이상은 42만919명으로 75.5%에 달한다. 보훈 유가족을 포함한 전체 보훈혜택 수혜자 83만2천369명 중에서는 63만5천62명(76.3%)이 만 65세 이상이다. 보훈대상자 중 주류를 이루는 6.25 참전용사 중 생존자는 평균 95세,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평균 연령도 70세를 넘긴 상태다.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이들의 의료수요는 늘고 있지만 실제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잔병치레가 잦은 고령 보훈대상자들에게 단과 병원은 종합적인 진찰이 어렵다는 불만이 크다.

대구보훈청에 따르면 대구에는 달서구 소재 대구보훈병원 1곳과 보훈위탁병원 22곳이 있다. 문제는 보훈위탁병원 중 요양병원은 1곳에 불과하고 종합병원 역시 2곳에 그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하나의 전문과만 갖춘 '단과병원'이다.

임채환 대한민국무공수훈회 대구시지부장은 "아픈 곳이 많은 고령층에게 단과 위주의 보훈위탁병원 진료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구보훈병원이나 보훈위탁병원 역시 2차병원 역시 진료를 보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이용이 쉽지 않다. 여러 진료를 한번에 받을 수 있는 2차 병원이 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요양병원 확대 역시 보훈대상자들의 숙원이다. 현재 보훈요양병원은 서울과 부산, 광주 등 전국에 세 곳에 불과하다. 현재 충북 영동에 보훈요양원이 지어지고 있고 인천과 경북에도 요양원이 들어설 계획이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안하면 이 역시 부족함이 크다는 것이다.

김태열 한국보훈포럼 회장은 민간 병원 대비 낮은 처우로 보훈병원 의사 이직이 잦은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는 결과적으로 보훈 병원의 의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부분"이라며 "현행 전체 예산 대비 1.5% 수준인 보훈예산을 선진국 수준인 3%대까지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보훈병원 및 일반 공공병원 등에서 10년 이상 의무근속 할 수 있는 인력을 특수공공의대 설립 역시 검토할 만 하다"며 "아직까지 일부 정치인의 공약으로 등장하는 수준이지만 정부가 이제 보훈병원의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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