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주식시장 활력 위해 ‘좀비기업’ 퇴출 필요하다

한국 증시의 만성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난달 26일 공개됐지만 이후 코스피는 4거래일 중 3일간 떨어졌다. 정책이 '권고' 위주인 데다 주가 부양과 주주환원에 나선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 증권가에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도 저평가 원인 중 '재벌 구조' 해결책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다만 밸류업 기대감 속에 올 들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에 77억달러(약 10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밸류업 발표 이후 기관과 개인은 매물을 쏟아냈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세를 이어간 점은 고무적이다. 외국인은 2월 한 달 7조8천583억원을 순매수해 역대 월간 신기록을 경신했다.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희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 시스템으론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상장폐지에 이의를 제기하면 절차가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3∼4년가량 거래정지된 여러 기업들이 남아 있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주가조작 세력이나 기업 사냥꾼의 타깃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 건전성을 해치고, 투자자 역시 기약 없이 재산권 행사를 침해받는다는 문제를 지적해 왔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우량 기업을 제외하고 다 나쁜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거나 상장 리스크 탓에 기업공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내쫓는 결과를 낳는다는 말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상장기업도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래소 퇴출이 적극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장폐지 요건에 관련 지표가 추가된다면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에 페널티로 작동할 수도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이미 너무 늦었다. 환부를 도려낼 수술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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