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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살인하고 또 음주운전했지만 무죄, 왜?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사람 죽였지만, 또 음주운전
A씨 측 "위법한 체포" 주장,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판사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

음주운전 이미지. 매일신문 DB.
음주운전 이미지. 매일신문 DB.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인 뒤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붙잡힌 5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 측이 '위법한 체포'를 주장했는데,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최치봉 판사는 지난 28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5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에서 소주 1병과 맥주 500cc를 마신 뒤 음주운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시도했지만, A씨는 이에 불응했다. A씨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이 3차례 음주측정을 요구했음에도 A씨는 불응했고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특히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적 있었다.

그렇지만, A씨는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위법한 체포'라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A씨를 체포한 경찰관들이 신고자 일행에게서 A씨 신병을 인계받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한다고 고지하거나, 현행범 인수서 등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최치봉 판사는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꾸짖었다.

최 판사는 무죄 선고에 앞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고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이지만, 적법한 절차를 지키기 않은 체포 이후에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였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개인적인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관으로서 양심은 적법 절차 원칙을 따르는 것인데, 적법 절차 원칙이라는 것은 문명의 시대에서 요구되는 것이다"며 "피고인이 살고 있고 살려고 하는 야만의 시대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3년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하는 범행이지만,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서 피고인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음주운전으로 다시 이 법정에서 만난다면 그때는 단언컨대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형을 선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판사는 이후 무죄 주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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