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거대 야당 재탄생시킨 총선, 어떤 미래 열릴지 두렵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21대 총선에 이어 또 패했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극단적 '여소야대'라던 21대 국회와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본다.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을 위시해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선진적인 나라로 발돋움하기 위한 모든 개혁 작업은 제동이 걸릴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 신세로 전락하는 데 그치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범야권이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를 비롯해 법안·예산·정책 등 모든 사안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걸핏하면 대통령 탄핵을 들먹거릴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우리 국민과 사회의 도덕적·윤리적 기준의 추락을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막말, 여성 비하, 역사 폄훼, 부동산 편법 투기 등 "도대체 저런 자들이 국회의원 후보란 말인가"라는 비판을 받았던 후보들이 배지를 달게 된 것은 경악 그 자체다. 이렇게 평균적인 윤리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상상 이상으로 병들었음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부류들에게 '나도 우리 진영에 아부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윤리적·도덕적으로 추락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 2년간 대한민국 정치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그 책임을 따지자면 여당도 벗어날 수 없지만 거대 야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야당은 정파적 입법 폭주와 이재명 당 대표 방탄으로 세월을 다 보냈다. 윤 정부의 개혁 입법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된 법안들을 의석 수로 몰아붙였다. 소수 여당의 방어 수단은 대통령 거부권 밖에 없었다. 거대 야당은 이에 '불통' '독선' 이란 모략적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몰아갔다.

이에 대해 여당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여당 내 어느 누구도 이런 프레임을 깨기 위해 앞장서 투쟁하는 이가 없었다. 내가 의원 자리를 지키면 그만이라며 '웰빙'에 안주했다. 물론 윤 정부가 다 잘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문재인 정권 5년이 저질러 놓은 오물을 치우고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가 만개한 좋은 나라로 되돌려 놓으려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이처럼 유권자의 전면적 외면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

국민들이 4·10 총선에서 윤 정부를 철저히 외면한 원인으로 여당의 총선 전략의 오류를 꼽을 수 있다. 윤 정부에 씌운 '불통·독선' 프레임을 깨부술 논리도 전략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여당의 총선 패배 원인 중 일부일 뿐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국민의 사고와 판단 능력이 마비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범죄 피고인, 거짓말쟁이, 종북주의자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 몰표를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선거 결과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단할 수 없지만 긍정적이거나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 오리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일 것이다. 그런 결과가 도래해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퇴보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국민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책임도 국민이 져야 한다.

예상대로 대구경북 지역구에서는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선거기간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보여준 무성의한 선거운동은 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개헌 저지선'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숱하게 나왔지만, 비례대표 정당(국민의미래)의 득표율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등한시 했다. 야권 후보들의 막말과 위선, 반(反)대한민국적 인식, 부동산 꼼수 증여 등 수많은 문제점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대구경북 후보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대구경북이 명색 대한민국 보수우파의 본진임에도 보수우파의 가치가 공격 받을 때, 대한민국의 상식이 공격 받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운 후보는 없었다. 전국의 유권자들이 보수 진영에 등을 돌리고, 보수우파의 가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고, 보수우파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데는 대구경북 국민의힘 후보들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이처럼 무성의하고, 무기력한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계속해서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국 단위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이고, 대구경북 당선인들 역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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