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로 관련 활동 '많이'보다 '잘'해야"…수시 학종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단순히 내신 성적만으로 학종 경쟁력 평가 못해
무조건 상향 지원은 금물…자신의 경쟁력 파악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경북대에서 열린 '2024년학년도 수시모집 논술(AAT)고사'에 응시한 수험생이 부모님의 격려를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경북대에서 열린 '2024년학년도 수시모집 논술(AAT)고사'에 응시한 수험생이 부모님의 격려를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들의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지난달 28일 실시됐다. 3월 학평을 통해 수능 점수를 가늠하기엔 이르지만, 고3 학생들은 이번 시험 결과를 토대로 자신에게 적합한 대입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모의고사 성적보다 내신 성적이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록이 우수할 경우 수시에 신경을 써야한다. 학교생활에 성실히 참여해 학생부 내용이 풍성하다면 수시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노려볼 만하다.

학종은 학생부를 정성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학생부의 교과 성적, 교과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창의적 체험 활동 특기 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등으로 학생의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을 두루 평가한다. 학종은 단순히 성적으로 선발하는 전형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입시 추세가 계속 변화해왔기 때문에 수험생이 이를 막막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진학사와 함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궁금해할 만한 학종의 세부사항들을 살펴봤다.

◆내신 성적 합격·불합격 결정할 절대적 요소 아냐

최근 학종에서 학생부 평가항목의 축소로 인해 내신 성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학종은 학생부 내의 다양한 항목을 평가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단순히 내신 성적만으로 학종 경쟁력을 평가할 수 없다.

내신 성적, 특히 등급 자체가 학종의 학업 역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대학은 교과 성적을 등급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원점수, 과목 평균, 표준편차, 석차등급, 수강자 수, 이수 단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이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학업태도, 탐구력 등을 함께 확인하며 학업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는지 평가한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에는 학생이 얼마나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는지가 담겨 있다"며 "교과 수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업을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했는지, 지적 호기심과 관심을 충족하고자 어떤 학습과 활동을 했는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송원학원·대성학원, 2024학년도 수시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이 수지 모강요집을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해 7월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송원학원·대성학원, 2024학년도 수시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이 수지 모강요집을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양보다는 질…활동 내역보다 과정이 중요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학생부에 지원 전공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야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희망 전공과 크게 관련 없는 교과목의 세특에서도 억지스럽게 해당 전공과 연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전공 관련 내용이 많다고 전공적합성이 우수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요소에 전공적합성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5개 대학은 공동연구를 통해 2024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요소 중 '전공적합성'을 '진로 역량'으로 변경하며 "희망 전공(계열)과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학교 교육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나 흥미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시각을 넓혔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진로 관련 활동을 단지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글자 수는 제한돼 있다. 진로 활동만 연간 700자이고 세특(과목당)을 비롯해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은 모두 500자밖에 되지 않는다. 개인의 역량이 드러나지 않은 단순 참여 사실들만 나열된 학생부는 결코 좋은 학생부라고 할 수 없다.

자기소개서도 폐지된 상황에서 학생부만으로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려면 하나의 활동이라도 학생의 우수성이 잘 드러나도록 기록해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활동을 결정하기 전, 자신이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 보는 것이 좋다.

◆상향 지원이 유리?…자신의 경쟁력 파악부터

일부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으로도 학종에 합격하는 사례를 보며 눈높이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학종 경쟁률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2024학년도 수시에서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되며 서류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자 학종 지원자들이 대폭 늘어났다.

따라서 6장의 수시 카드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학생부 경쟁력을 냉정히 판단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학생부에서 학업 역량, 진로 역량 등 학종에서 중요시하는 요소들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데도 학종으로 상향 지원한다면 아까운 원서 카드만 날리게 될 수 있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에는 대학이 공개하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대학별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지돼있는 '2025 전형계획'을 통해 학종의 전반적인 운영 방향을 확인하고 5월 중 공지되는 모집요강을 통해 세부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상당수 대학이 모집요강을 공개하는 5월을 전후로 학종 관련 사항을 총망라한 '학종 가이드북'을 매년 발간한다. 학종 가이드북에는 전형방법 안내, 인재상 소개, 평가 방법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합격생들의 면접 후기나 면접 팁 등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어 필히 참고해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많은 수험생들이 여름방학이 돼서야 본인의 학생부를 처음 살펴보고 아쉽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생부 내용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지금이라도 2학년까지의 학생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3학년 때 채워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남은 1학기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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