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객 1700만’ 中 알리·테무 공습 속 쿠팡 와우 멤버십發 유통전쟁…"시장점유율 10% 향해 진격"

최근 극초저가 제품을 무기로 월간 사용자 수가 1700만명을 넘어선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습이 거세지는 가운데, 쿠팡의 와우 멤버십 요금 조정으로 유통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쿠팡은 무료 로켓배송·배달·OTT 등 10가지 혜택을 가진 와우 멤버십의 가격을 올리면서도 연간 4조원 이상 멤버십 고객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나섰고, 신세계·네이버·컬리 등 유통업계는 멤버십 서비스를 보강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 10%의 고지를 밟기 위해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는 유통사들이 새로운 전쟁에 돌입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500조 中 공룡 맞서 멤버십 요금 올린 쿠팡.."물류·와우 회원에 3년간 15조 투자 "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와우 멤버십 요금을 7890원으로 올린 이후 유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중국 알리는 본격적으로 국내 유명 유튜버와 손을 잡고 상품 마케팅에 나섰고, 배우 탕웨이를 광고모델로 기용했고, 온라인 SNS 마케팅 노하우가 풍부한 테무는 네이버와 공식 광고대행사 계약을 맺고, 베너·검색광고를 시작했다.

그동안 유튜브 중심의 바이럴 광고를 시행하다, 4200만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네이버에서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현재 '티셔츠' '가방' '비누' 등 주요 생활용품을 검색하면 테무 광고 화면이 가장 상위에 뜨고 있다.

테무는 지난해만 미국 시장에 수조원의 광고비용을 지출하면서 지난 1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5000만명을 넘어서며 아마존(6700만명)을 추격했다.

국내에선 중국 업체들이 쿠팡 사용자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지난 3월 국내 이용자 수는 887만명으로 2022년 3월 218만명 대비 4배 이상 늘었고, 테무의 이용자 수도 829만명으로 전달보다 42.8% 폭증했다.

2개 업체 합산 이용자수만 1716만명으로, 1위 쿠팡(3087만명)의 절반 이상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투자를 늘릴 경우, 이용자 수가 늘어 쿠팡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인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알리와 테무 공격에 맞서 대응하기 위해 고객 혜택을 늘리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쿠팡은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 자금력이 열악한 상태다. 시가총액이 500조원에 이르는 알리 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70조원, 23조3000억원을 올렸고 테무도 영업이익이 11조원에 이른다.

이에 대응해 쿠팡은 '2027년까지 5000만 인구 로켓배송 추진'에 3조원을 쏟아부어 중국 업체에 맞대응하는 등 물류 고도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매년 와우 회원의 무료배송과 상품 할인 등에 4조원을 쏟아붓는다.

앞으로 3년간 15조원 가량을 물류와 충성고객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의 지난해 말 누적결손금은 6조원(43억8300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오랜기간 이익을 내온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 자금력이 열악하다.

쿠팡은 멤버십 요금 조정 발표 이후 연일 특가 행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4일 특급호텔과 리조트 등 130종 상품을 52% 할인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홍삼 등 식품 200여종에 최대 78% 할인 판매한다.

쿠팡플레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톱스타가 출연해 최근 화제를 모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동조자'를 15일부터 방영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한시적 무료배송부터 연회비 인하 총공세.."충성고객 확보 안간힘"

유통업체들도 와우 멤버십 요금 발표 이후 자체 멤버십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는 등 총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익일 배송이 가능한 '도착보장' 서비스를 3개월간 무료화하기로 하면서 오는 7월 15일까지 모든 멤버십 이용자에게 1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배송비 3500원 할인 쿠폰을 매일 지급할 계획이다.

기존에 '최대 5% 적립 혜택'이 막강하지만, 쿠팡의 와우 멤버십 인상에 맞춰 무료 배송 혜택을 한시적으로 늘린 것이다. 신세계 유니버스클럽을 운영하는 신세계도 오는 5월 지마켓과 옥션 상반기 쇼핑 축제 '빅스마일데이'를 맞아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한시적으로 4900원으로 내릴 방침이다.

마켓컬리는 오는 22일~28일 멤버스 회원을 위한 '컬리멤버스위크'를 진행하면서 행사 기간 멤버십에 가입하면 첫달 회비를 공짜로 해준다.

알리 익스프레스도 2% 캐시백과 쿠폰을 지급하는 'VIP 멤버십'를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로켓배송을 월 10~20회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이탈이 적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팡의 기존 가입고객 멤버십 인상시기가 오는 8월인데다 전국을 포함한 제주도와 도서산간지역에 주문금액에 상관없이 무료 로켓배송을 하는 만큼 쿠팡이 배송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컬리 멤버십은 무료배송·반품 혜택이 없는데다 월 4만원 이상 주문해야 무료배송을 해준다.

네이버는 도서산간지역까지 무료배송이 되지 않고 있고, 일부 지역은 소비자가 추가배송비(4000~5000원)을 부담하고 있는 점은 한계다.

알리의 멤버십도 혜태 로켓배송 사용이 잦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월 배송비를 매달 한 번 더 내는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사용률이 적은 사용자들은 가격이 부담된다는 반응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혼재 돼 있다.

유통시장은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지난해 유통시장(소매판매액) 규모는 635조원으로, 쿠팡(5%), 신세계·이마트(5.6%)는 5%대 시장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알리 등이 주도한 지난해 중국 온라인 직구 금액은 3조2900억 원이다. 'K-베뉴' 등 국내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한 알리와 광고시장에 진출한 테무의 시장 잠식력이 커지면서 쿠팡과 이마트 등 유통업체 타격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객단가가 높은 멤버십 충성고객을 락인(Lock-in)해 단골을 늘리는 것이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위한 핵심 요인"이라며 "쿠팡의 와우 멤버십이 시장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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