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도체 新국부론' 작지만 강한 나라 대만을 배워라

초격차 기술 '히든 히어로' 발굴을
1980년대부터 전략적 육성…세계적 기업 11곳 거점 역할
원세미·TSMC 폭발적 성장…韓도 산업 구조 전문화 필요

대만 타오위안시 구이산구에 위치한 윈세미 생산공장. 화합물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관련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다. 정우태 기자
대만 타오위안시 구이산구에 위치한 윈세미 생산공장. 화합물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관련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다. 정우태 기자

지난 3일 대만 타오위안시 구이산 산업단지. 수도인 타이베이와 인접해 있고 공항·항만과 인접성도 뛰어난 곳이었다. 강한 입지 장점을 안고 있는 이곳에는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기업 11곳이 포진해 있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과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 '윈세미'는 GaAs(비소화 갈륨)을 비롯한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전문 생산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전력증폭기(PA) 분야에서 세계 시장 30%를 점유하고 있고, 고출력 RF반도체의 경우 7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향후 질화갈륨(GaN)을 비롯해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큰 성장이 예상된다. 통신은 물론 자율주행차, 레이더를 포함한 방산 산업 전반에도 화합물 반도체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도 화합물 반도체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윈세미 관계자는 "1999년 창립 이후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고 다양한 공정 기술을 갖추고 있다. 5G를 넘어 6G로 넘어가는 시대에 발맞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이 작지만 강한 국가인 대만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필두로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성하는 선도 기업들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특히, 윈세미와 같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히든 히어로'(숨겨진 영웅)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윈세미 같은 히든 히어로를 발굴해 키우는 한편,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면

대만 정부는 1980년대부터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TSMC는 생산만 담당하는 새로운 산업 모델을 제시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성장거점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대만은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분업화된 산업 구조를 확립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대만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팹리스(반도체 설계·2위)를 제외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후공정 분야에서 모두 1위에 해당한다. 전문성을 내세운 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장을 거듭했고 대만은 한국, 일본 등 경쟁국을 뛰어넘어 반도체 동맹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대현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장은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서 분업화를 통해 각 분야에서 전문화된 기업들이 협력하고 경쟁함으로써 성장을 이어왔다. 특정 공정 혹은 기술에 특화된 기업들이 생산을 맡아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윈세미를 비롯한 각 기업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 산업을 이끌어가는 선도적인 위치에 올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만은 자체적인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