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성해 동양대 총장 4년 만에 복귀 "권력에 맞서 양심 선언…몇 백 번 생각해도 옳은 일"

조국 비리 고발로 강제 퇴임 조치
청문회 전 회유·압박 이어져…해임 취소 소송서 끝내 이겨
이일 계기로 '정치 개혁' 앞장…"선비 정신 깃든 대학 만들 것"

최성해 총장. 마경대 기자
최성해 총장. 마경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 위조 사건에 휘말려 학교를 떠났던 최성해(72) 동양대 총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4년 만에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최 총장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살아있는 권력에 단호히 맞서 진실을 이야기한 참 교육자다. 그는 조국 사태 당시 "나는 총장 표창장의 직인을 찍은 적이 없고 직인을 사용하라고 승인한 적도 없다"는 양심선언을 한 것이 화근이 돼 정치적 수모를 겪고 총장직도 쫓겨나듯이 물러났다.

그런 그가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22일 최 총장을 만나 지난 4년 간의 소회를 들어 봤다.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 올거라는 확신을 갖고 참고 견뎌왔다"는 최 총장은 "지난 4년 간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고소·고발로 경찰서와 검찰청을 내 집 드나들듯 했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지금은 대부분의 사건이 기각되거나 무혐의로 끝나 마음의 평정심을 찾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고통의 시간에 쌓인 피로감이 가득했다.

"실직자 생활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었다"는 그는 "어렵고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 너무 많았다"며 "조국 청문회를 앞두고 권력의 외압과 회유, 청탁이 끊이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청문회가 열리는 날 검찰청을 찾아가 양심선언하고 진실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최성해 총장. 마경대 기자
최성해 총장. 마경대 기자

그는 "조국 전 장관은 청문회가 열리는 날 오전에 세 차례나 회유성 전화를 걸어왔고 부인 정경심 교수는 청문회를 앞두고 밤낮 가리지 않고 '저 한테 수료증을 위임해 줬다'고 말해 달라고 괴롭혔지만 절대 굴하지 않았다. 오후 11시에도 전화를 걸어와 '잠 좀 잡시다', '학생들 한테 부끄러운 짓 하지 말라'고 강하게 거절했다"며 "조용히 교육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정치권에 휘둘려 본의 아니게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됐다. 몇 백 번을 생각해도 옳은 일이였다"고 당시를 회고 했다.

또 "단돈 100만원 받는 모 방송국의 사외이사 자리도 방통위에서 통보하는 바람에 스스로 사표 내는 일이 있었다. 변호사 비용, 방어 비용이 모자라 굶어 죽는 줄 알았다"고 털어 놨다.

최 총장은 이 와중에도 '민주화운동권의 대부'인 장기표 씨와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 운동'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아 정치 개혁에 앞장섰다.

그는 "힘든 고통의 시간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정치 개혁에 앞장섰다"며 "정치 개혁은 진짜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집회도 참석하고 국회의원들도 만나 의원들 스스로 특권내려 놓기에 앞장설 것을 종용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이런 최 총장은 21~22대 총선에 국회의원(비례대표) 공천과 관련, 정치권의 끈질긴 영입 유혹을 받았다. 하지만 정치에 물들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 하나로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이 바라던 동양대 총장실로 복귀했다.

동양대 총장에 재 취임 한 최 총장은 "지방 대학이 위기다. 동양대도 예외는 아니다. 살아 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된다"며 "대학마져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밀려 고사직전이다. 정부의 차별화 된 지방 대학 살리기 정책이 마련되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도덕과 윤리, 양심이 없으면 개인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게 된다"며 "도덕과 윤리, 양심이 포함된 선비 정신이 깃든 대학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최 총장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진행, 대법원까지 이어진 길고 긴 재판 끝에 교육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한 처분을 했다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판단하면서 최종 승소하게 돼 지난 3일 열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10대 총장에 재 선임돼 지난 10일 총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4년 간이다. 이사직은 교육부가 허가하면 겸직하게 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