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넘버원' 흔들리는 삼성…잇따른 악재에 발목

첫 노조 파업·안전사고 악재
지난해 반도체 사업 14조 적자…올해 흑자 전환했지만 불안감
HBM 시장 재편 가능성 높아…엔비디아 납품 테스트에 사활
노사 교섭 파행 하루 만에 파업…일부 “민노총 가입 발판” 지적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대한민국 1위의 가장 거대한 단일 기업인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투자 확대 등 정공법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는 가운데 사상 첫 노조 파업,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점유율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 AI시대 개막 흔들리는 입지

AI가 세계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AI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애플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엔비디아와 연대를 형성해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AI 메모리 반도체 HBM 시장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HBM 5세대 제품 HBM3E 양산에 들어갔으며, 6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시점도 내년으로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8천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이 1조9천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는 경쟁력 복원을 위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확대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기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례적인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24일에는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즉각 입장을 내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 노조 파업·안전사고 악재 겹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우선 조합원 전원에게 6월 7일 하루 연차를 소진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각 파업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1969년 창사 이후 단 한 번도 파업이 없었던 터라 여파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가 3개월여 만에 재개된 노사 간 본교섭이 파행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파업 선언을 한 것을 두고 "본교섭 파행은 파업 선언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전날 기자회견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행부가 참석하는 등 민주노총이 개입하는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안전사고도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기흥사업장 어린이집 신축공사 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치열해진 경쟁 해결 과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삼성전자가 앞으로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 기업의 추격도 거세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MC는 62% 점유율로 지난 4분기(61%) 보다 1%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1분기 점유율은 13%로 지난해 4분기(14%) 보다 1%p 감소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두 기업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2·3분기 당시 46%p에서 4분기 47%p로 벌어졌고, 올해 1분기 49%p로 더 확대됐다.

게다가 중국의 SMIC가 처음으로 3위에 오르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MIC는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등의 수요 회복으로 6% 점유율을 차지했다. 대만의 UMC도 성장을 거듭하며 4위에 진입했다.

HBM 신제품 성공 여부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HBM 5세대인 HBM3E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분야 3위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최근 HBM 양산을 위한 공장 신설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양분한 HBM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AI칩 대표주자로 꼽히는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차세대 제품에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기술의 반도체를 도입하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시사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AMD의 물량을 돌릴 수 있는 기회"라면서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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