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9일 계명대에서 열린 '대구 2024세계대학태권도 페스티벌'에는 세계 56개국에서 1천여 명의 선수 및 지도자가 참여했다. 그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었다. 피지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을 이끌고 온 라상현(52) 감독.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지역에서 15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했으나, 이제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에서 '태권도 영웅'으로 거듭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태권도에 입문한 그는 남다른 실력을 바탕으로 1999년 달서구 상인동에서 태권도장을 차렸다. 도장을 운영하는 동안 계명대 대학원에서 태권도학으로 석사도 따내며 태권도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은 꿈을 지울 수 없었다. 라 감독은 나이가 들수록 꿈이 날아갈 것 같아서 어느날 결단을 내렸다. 도장을 친한 후배에게 맡기고 그는 코이카 해외봉사단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렇게 피지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2006년부터 2년간 피지 경찰학교에서 태권도 교관으로 근무했다.
"2년 뒤에 한국으로 귀국해 도장을 다시 맡았는데,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도장을 완전히 정리하고 짐을 챙겨 무작정 피지로 다시 갔아요. 그 곳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피지에서 10년간을 클럽 운영을 하니, 2021년엔 국기원 파견사범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라 감독은 "처음 피지 갔을 때는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이 10명도 안 됐지만, 지금은 6개 클럽에 400~500명 정도가 태권도를 배울 만큼 태권도가 떠오르는 인기종목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자국 여자선수 2명이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현지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올림픽 쿼터가 오세아니아에서는 남자 4명, 여자 4명인데, 호주나 뉴질랜드 등 태권도 강국 사이에서 '태권도 불모지'였던 피지에서만 여자선수 2명이 포함된 것은 대단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이들 2명은 이번 세계대학태권도 페스티벌에서도 나란히 동메달을 따냈다.
라 감독은 2012년부터 피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오다가 올해 4월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을 데리고 19일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를 떠날 예정이다.
"태권도를 가르쳐 제자들을 올림픽에 데리러 가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실현이 됐습니다. 15년동안 피지에서 엄청 노력했는 것 같은데, 이제 빛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타국에서 태권도를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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