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기본 정신인 근면·자조·협동에 퇴계 선생의 경(敬) 사상을 더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김광림(76) 신임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제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선출된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새마을운동 연설문(1972년)을 탐독하며 새마을운동 정신의 가치와 깊이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잘살아보자'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인 동시에 정신적으로 품격있는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서 포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는 과정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이 수레의 양 바퀴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새마을운동을 제가 섬기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퇴계학에 관심을 가져왔고, 최근까지도 퇴계학 연구원에서 퇴계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퇴계 선생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경(敬)'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나를 바르게 다잡으면서 이웃과 사회에 대한 공경(恭敬)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서 저의 책무를 비롯한 모든 일에 퇴계 선생의 경(敬) 사상을 더하고자 합니다.
-중앙회장 취임 후 어떻게 보내셨는지?
▶취임 이후 업무 보고를 받는 등 현황 파악으로 바빴습니다. 그런데 취임 후 젊은 층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새마을운동을 아직도 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마을운동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과 시대변화와 맞물려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새마을운동이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고자 중앙회가 있는 성남시, 경기도를 비롯해 영남대, 새마을재단, KOICA 등 관계자분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습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새마을운동을 구상하셨던 육필 원고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새마을운동은?
▶새마을운동은 '잘살아보자', '할 수 있다'는 일념에서 근면·자조·협동 정신의 실천으로 나와 이웃이 잘살고, 나라가 발전하며 나아가 인류 공영에도 기여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새마을운동 추진 배경에는 1962년에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었습니다. 국가 주도 산업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도시에 많은 일자리가 생기게 되면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과 함께 농촌의 상대적 낙후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도·농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고, 1970년부터 새마을운동이 추진되어 1974년에는 농어촌가구 소득이 도시 근로자 소득을 앞지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마을운동 성과는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해 냈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마을운동 평가에 부침(浮沈)이 있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 현장을 직접 경험하신 세대이신데
▶1971년쯤, 20대 초반이던 저는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당시 교내에서 새마을운동 노래경연대회가 열렸는데, 풍금에 맞춰 아이들에게 '새마을 노래'를 가르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내 고장, 내 마을을 위해 새마을운동에 앞장서서 일한 것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영광된 유산이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새마을운동을 현대에 되새겨야 하는 취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부작용과 기후변화, 저출생, 지방소멸, 세대 갈등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당면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새마을의 모습은 '숲과 자연이 어우러진 그린 빌리지(Green Village)', '깨끗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클린 빌리지(Clean Village)', '건강하고 편안한 헬씨 빌리지(Healthy Village)'입니다.
이를 위해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현대적인 의미로 계승·발전시키되, 새마을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적 연대와 협력을 통한 공동체 회복을 도모해야 합니다. 새마을운동의 가치와 정신은 오늘날의 사회문제 해결에도 여전히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와 지역사회도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정책적 협력을 다지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해야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리더라고 보시는지.
▶중앙회장 취임 후 박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구상 육필 원고를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있습니다. 17페이지 분량의 이 원고는 1972년 전남 광주에서 열린 '새마을소득증대촉진대회' 치사를 손수 써 내려간 글로, 새마을운동 의의와 개념, 새마을 정신, 실천 원리와 유의사항까지 박 전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원고에는'한 사람의 훌륭한 지도자가 한 마을을 완전히 일어나도록 만든다'라고도 적혀 있는데, 이는 새마을운동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선 훌륭한 지도자의 발굴과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께서는 작은 일도 꼼꼼하게 손수 챙기시고, 유연한 자세로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셨습니다. 비단 새마을운동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수출 중심의 경제 정책과 포항제철 설립 등을 추진해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고 생각합니다.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대한 생각은?
▶지난 9월 3~5일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가 이곳 성남에서 열렸습니다.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는 45개국 새마을지도자들이 매년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축제의 장입니다.
중앙회는 1972년부터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양성을 위한 초청 연수를 실시해 현재까지 총 149개 6만6천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이제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 함께 잘 사는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새마을운동의 진정한 세계화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 중인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은
▶2016년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전 세계 새마을운동 추진 국가를 하나로 묶는 '새마을운동 글로벌 리그'를 결성했습니다. 의장국인 우리나라를 포함해 46개국이 참여하는데, 회원국을 대폭 늘리고자 합니다. 청년세대가 국내외 새마을운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등의 방식으로 참여를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중앙회의 국제협력 기능 확대를 위해 KOICA, 새마을재단, 영남대학교 새마을대학원 등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 새마을지도자 1만 명이 입교하는 국내 연수와 45개국 360여 명이 참여하는 해외 초청 연수도 교육 수요를 철저히 조사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겠습니다.
'함께 새마을, 세계로, 미래로!' 슬로건에 따라 상대방을 우선하는 겸손과 존중, 배려의 경(敬) 사상과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이 어우러진 새마을 운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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