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르 계곡의 매력적인 파수마을
고향 같은 훈자마을을 떠나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잠시 여행지를 잊은 듯 했다. 남쪽으로 훈자강을 따라 내려가다 거칠고 황량한 봉우리와 물줄기가 감싸는 파수(Passu)마을에 닿았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인 쿤자랍 고개와 길기트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고요한 마을이다. 따라서 파키스탄과 중국을 넘는 배낭여행자들이 파수만의 독특한 현수교와 빙하, 호수를 보러 들리는 곳이다.
파수는 파키스탄 북부 지역의 나가르(Nagar)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계곡은 가는 길이 조금 가파르고 깊다 싶으면 어김없이 쌓여있는 빙하와 7,000m가 넘는 고봉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지역이다.
강의 합류 지점이 잘 보이는 산등성이에 올라가니 뭉게구름과 그 아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거대한 대자연을 바라보는 여행자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그 자연을 벗삼아 사는 사람들이 신처럼 위대해 보였다.
여행자가 마을주민들과 함께한 저녁에는 주변산맥 사이로 달이 빛나고, 별이 밤하늘을 수놓는 여행지에서 짜이를 홀짝이며, 가장 평온한 풍경을 가슴에 담았다.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보 현수교 후사이니 출렁다리
파수에서 인기 있는 후사이니(Hussaini)현수교는 위험하지만 신나는 모험을 할 수 있다.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훈자강의 빙하가 흐르는 물 위로 카람코람 산맥의 험준한 면을 연결하는 현수교는 나무판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넓고, 생각보다 많이 출렁거린다. 옆에는 최근에 여행자를 위한 짚 라인(Zip Line)도 즐길 수 있도록 설치 되어있다.
다리의 길이는 194m, 높이가 43m로 현장에서는 훨씬 더 길고 높아 보인다. 이 다리는 '로운리 플래니트'에서 '이 다리를 건넘으로써 당신의 용기와 균형 감각을 시험해보라'라고 적혀 있는 곳이다. 1968년 건설되었으나 현재의 다리는 1994년 이전의 현수교가 홍수로 떠내려간 후 재가설되었단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수교라는 별칭이 있는 후사이니 출렁다리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주인공이 무너지는 다리를 뛰어건너는 모습을 촬영한 것도 이 다리라고 한다.
계곡에 가물가물하게 놓여있는 다리를 보니 어안이 벙벙하여 말이 나오지 않는다. 떨어져 나가고 부서져 버린 저 판자 위를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으니 정말 오금이 저리다 못해, 마비가 올 것만 같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고 나니 용기가 나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짚 라인을 타고 훈자강을 건넜다.
◆ 파수빙하의 스펙터클
파수마을 남쪽에 위치해 있는 파수빙하(Passu Glacier)의 길이는 20.5km다. 파수빙하를 조망할 수 있는 곳까지 셔틀 벤을 타고 언덕길을 오르면 예쁜 매점과 바로 옆 절벽 수로 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잠시 파수빙하의 아래꼬리 부분을 보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얼마를 더 걷다 보면 눈부신 하얀 빙하가 점점 드러나는데 그 규모에 깜짝 놀라게 된다.
해발3,000m의 고소를 느끼며 천천히 오른다. '와! 이렇게 엄청난 곳을 생각보다 쉽게 왔구나.'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감탄한다. 첫 번째 파수빙하 전망대 언덕에 핀 꽃과 빙하 그리고 산봉우리의 만년설이 절제된 표현의 스펙타클처럼 다가와 숨이 멎을 것 같다.
가는 길이 가파르게 되면서 더 어려워지고, 바위와 바위를 넘어야 한다. 다시 언덕위로 올라가 두 번째 전망대에서 빙하를 내려다보니, 감히 위대한 풍경치고는 너무 극적이다. 계속 이어지는 엄청난 설산과 빙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수 빙하트레킹은 황량한 바위 지역에서 물줄기가 흐르는 번성하는 초원으로 변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두 풍경을 경험하면서 다른 우주세계로 여행한 것 같다. 해질녘에는 정말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 장엄한 고봉사이 호퍼빙하의 장관
카라코람 산맥의 중심부에 있는 호퍼빙하(Hoppar Glacier)는 파수빙하와 함께 나가르 지역에 위치하여 모험가와 자연애호가를 위한 매혹적인 목적지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 우뚝 솟은 봉우리, 수정처럼 맑은 얼음형성은 히말라야의 화려함에 흠뻑 빠져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꼭 찾게 하는 곳이다.
매혹적인 호퍼빙하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빙하 중 하나로, 해발2,438m, 길이 30km가 넘고, 면적은 약100㎢에 달한다. 장구한 세월을 흘러내린 듯 각종 자갈과 철분이 가득한 시커먼 모래를 뒤덮어 쓰고, 골짜기를 채우고 있다.
가파른 경사 길을 내려가는데 어른 한 분이 내려와서 삐죽빼죽한 빙하 사이사이로 크레바스를 피하며, 발 디딜 곳을 안내한다. 알고 보니 빙하 트레킹을 나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고 용돈을 버는 분이었다. 회색빛 빙하 계곡을 건너고 무너진 산비탈과 돌무더기 빙하를 지났다. 우락부락한 모레인 지대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양탄자 같은 빙하가 펼쳐졌다. 평평한 빙하를 밟을 때마다 바삭한 쿠키 위를 걷는 것처럼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제야 시야가 넓어지면서 주변 산군이 한눈에 들어왔다.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빙하가 다시 표정을 바꾸었다. 눈처럼 하얗게 보이는 거대한 동굴 같은 빙하 위에는 초콜릿색의 퇴적물이 이슬비처럼 쌓여 있다. 빙하를 내려다보는 순간 '미쳤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끝내주는 곳이 또 있을까? 빙하계곡 언덕에서 호퍼빙하 위로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마을의 초현실적이고, 매혹적인 숨 막히는 전경에 빠져든다.
◆ 그림 같은 풍광의 보리스 호수
해발 2,600m에 위치한 보리스 호수(Borith Lake)는 고산들 사이 구릉을 차지하는 염분 수역인 후사이니 마을에서 북쪽으로 약 2km 떨어져 있다. 호수는 이동하는 야생조류의 보호구역이며, 조류관찰자와 자연 애호가가 자주 찾는단다.
보리스 호수는 주변의 눈 덮인 산의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곳이다. 이 숨겨진 보석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숨 막히는 전망으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파미르산맥의 장엄한 봉우리로 둘러싸인 자연의 경이로움은 보리스 호수의 매력이다.
보리스 호수는 인간 공동체와 자연의 조화를 반영하는 전통적인 와키족 생활방식과의 연관성으로도 유명하다. 호수를 둘러싼 지역은 역사적으로 목초지와 방목지로 사용되어 왔으며, 인근에서는 여전히 사용되는 전통적인 목축업을 하고 있다.
호수 주변지역은 눈 덮인 봉우리, 무성한 녹지, 지역사회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포함한 멋진 풍경으로 소문나 있다. 이 호수는 보트타기, 수영, 캠핑, 조류관찰 및 자연과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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