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추신수(42·SSG 랜더스)가 자신의 마지막이자 1만2천145번째(메이저리그+KBO) 타석에 들어섰다.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고, 추신수는 헬멧을 벗고 인사했다.
추신수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의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키움 히어로즈전, 팀이 7-1로 크게 앞선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대타로 출전했다.
추신수는 22살이나 어린 김연주(20)의 빠른 볼을 공략했으나,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범타로 물러났지만 팬들은 함성을 내질렀고, 추신수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후배들은 더그아웃 앞에 도열했고, 이숭용 감독은 추신수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추신수는 "경기가 접전 양상을 보이면 출전을 안 하려고 했다"며 "이 기회를 준 이숭용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홈런 2개를 쳐서 점수 차를 벌린 최정에게 참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갑자기 후배들이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가 온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고,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동기를 줬다. 참 고맙다"고 덧붙였다.
공식 은퇴식은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추신수가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선수단이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돕고 싶다"며 구단에 은퇴식 연기를 요청하면서다.
추신수의 바람대로 SSG 후배들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키움을 7-2로 꺾고, 5위 결정전을 성사시켰다.
추신수는 SSG가 5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면, 선수단과 동행하며 후배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추신수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24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추신수는 '가장 먼저 출근하는 선수'로 유명했고, 불혹에도 그 습관을 유지했다.
미국 마이너리그 723경기 3천145타석을 거쳐 빅리그 입성 후 16년 동안 1천652경기 7천157타석에 선 추신수는 2021년 한국 KBO리그로 와 4시즌 동안 439경기 1천843타석에 섰다.
추신수는 MLB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2020년까지 빅리그를 누비며 1천652경기, 타율 0.275(6천87타수 1천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올렸다.
출장 경기, 안타, 홈런, 타점, 도루 모두 '코리안 빅리거 최다 기록'이다.
20홈런-20도루 달성(2009년), 사이클링 히트(2015년) 등 MLB 아시아 최초 기록도 세웠다.
추신수는 KBO리그에서는 4시즌만 뛰어 돋보이는 누적 기록(타율 0.263,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51도루)은 작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자 부문 최고령 기록을 모두 바꿔놨다.
한국에 오자마자 2021년에 21홈런-25도루를 기록해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을 세웠다.
20홈런-20도루 달성 당시 추신수는 39세 2개월 22일로, 양준혁이 200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작성한 38세 4개월 9일을 1년 가까이 넘어섰다.
은퇴를 예고하고 돌입한 2024시즌에는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가 보유했던 KBO리그 최고령 타자 출장, 안타, 홈런, 타점 기록을 모조리 바꿔놨다.
추신수는 KBO 타자 최고령 출장(42세 2개월 17일), 안타(2024년·42세 1개월 26일), 홈런(2204년·42세 22일) 기록의 새 주인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추신수는 '리더' 역할을 했다.
추신수는 적극적인 기부로 KBO리그 문화를 바꾸고, 구장 환경에 관한 쓴소리로 잠실야구장 라커룸 개선을 끌어냈다.
빅리거에서 뛸 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고액을 쾌척했던 추신수는 한국에서 뛰는 4년 동안 3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추신수는 "빈손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내가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당연히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야구 후배들이 1순위이긴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곳의 '분야'를 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팬들의 사랑도 받았다. 아내 등 가족도 기부에 적극적이다. 우리 가족이 받은 걸, 많은 분께 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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