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소연 기자의 한페이지] 50년 전통 경북대 클래식 기타 동아리 ‘토레스’…74학번과 24학번이 만났다

경북대서 만난 토레스 단원…OB회장 권종철·지휘자 박석호·YB회장 이성웅 씨
"부모-자식 뻘이지만 음악으로 화합의 장 만들 것"
오는 19일, 토레스 재학생·졸업생 단원 60명 '50주년 기념 합주회' 열어…전석 무료

경북대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
경북대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 '토레스'가 오는 19일 오후 4시 아양 아트홀에서 동아리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로 토레스 오비, 와이비 단원 60명이 연주회를 가진다.지난 5일 오후 1시 연주회 준비를 위해 토레스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한소연 기자

지난 5일 오후 1시에 찾은 경북대학교. 동아리방이 모여있는 청룡관에 들어서니 분위기 있는 기타 선율이 귓가에 들려왔다. 소리가 시작된 곳은 10평쯤 되는 작은 동아리방. 중년으로 보이는 백발의 지휘자는 지휘봉을 허공에 흔들고 있었고 20여 명의 토레스 단원이 각자 클래식 기타를 품에 안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앳돼 보이는 단원부터 나이가 지긋한 단원까지 지휘자의 지휘를 따라 한 음, 한 음씩 합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당 인터뷰는 경북대학교 토레스 60여명의 단원 중 OB(오비) 앙상블 회장 권종철(56) 씨, 지휘자 박석호(64) 씨, YB(와이비) 앙상블 회장 이성웅(24) 씨와 진행했습니다.

-토레스 소개부터 부탁한다.

▶권종철(이하 권): 토레스는 경북대학교 동아리로 클래식 기타 합주회다. 평범한 동아리처럼 보여도 창단된 지 50년이 됐다. 아마 대구경북 지역에서 예술 동아리로 이 정도 명맥을 이어오는 동아리는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만큼 많은 신입생과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대학 동아리라고 하기에는 연령대가 높은 단원들도 보이는데.

▶ 권: 1992년에 졸업생들끼리 OB(오비) 앙상블을 결성했다. 토레스를 졸업해도 클래식 기타를 꾸준히 연주하고 싶어하는 졸업생들끼리 모인 것인데 현재 활동 중인 오비 회원만 300명 정도 된다. 토레스에 소속돼 활동하는 재학생들은 YB(와이비) 앙상블로 원래 매년 정기 합주를 하는데, 1992년에 결성된 오비 앙상블도 결성 이후부터 매년 합주를 한다. 올해는 50주년을 맞아 1975학번부터 2024학번까지 단원 60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23년 토레스가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 연주홀에서 클래식 기타 3중주를 펼치고 있다. 권종철 씨 제공
지난 2023년 토레스가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 연주홀에서 클래식 기타 3중주를 펼치고 있다. 권종철 씨 제공

-일반적으로 74학번이면 1955년생, 24학번이면 2005년생이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난다. 부모뻘이 아니라 큰아버지·큰고모뻘 아닌가. (웃음) 앙상블은 화합이 중요한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성웅(이하 이): 우리 부모님이 1964년생이다.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도 있다. 그렇다고 불편하지는 않다. 늘 젊은 재학생들에게 먼저 다가와 주신다. 특히 맛있는 밥과 술을 사주신다. (웃음) 그 시간에 재밌게 놀다 보면 나이는 큰 벽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권: 음악의 장점은 나이의 벽을 허문다는 점이다. 어떤 사상이나 생각에 대해 대화한다면 세대별로 공유하고 있는 배경이 다르니 소통의 벽이 생겼을 것이다. 우리는 말하자면 음악으로, 음악에 대해 대화한다. 세대를 관통하면서 그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음악 아닌가.

박석호(이하 박): 까마득한 학번이자 자녀뻘이 되는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다. 단원들은 모두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진로도 마찬가지다. 변호사, 회계사, 연구원 등 음악과 관련된 직장을 선택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졸업한 지 40~50년이 지난 지금도 클래식 기타를 잡는다.

우리도 그랬듯 아마 후배들도 자신이 택했던 클래식 기타를 인생 어느 순간에 '불필요한 것'처럼 생각돼 삶과 분리시키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일부러 분리 배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싶다. 이게 오비 앙상블이 매년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하나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경북대 클래식 기타 동아리
경북대 클래식 기타 동아리 '토레스' 단원들이 동아리실에서 50주년 기념 합주회를 앞두고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한소연 기자

-처음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박: 관현악을 좋아해서 관현악반을 찾았다. 지금은 관현악 동아리가 있지만 당시에는 없었다. 음악 동아리 중에 그나마 클래식과 비슷해 보이는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거다. 클래식 기타 소리 특유의 애수 어린 분위기가 있다. 거기에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 관현악에 대한 향수는 남아있지만 클래식 기타를 선택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신입생 때 두 개의 동아리를 들었는데, 하나는 사진 동아리고 하나는 토레스다. 사진 동아리는 술 마시려고 들어갔고 토레스는 기타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가입했다. 근데 들어와서 보니 완전 반대가 됐다. 사진 동아리에서는 사진을 배우고 토레스에서는 술을 마신다. (웃음) 토레스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대학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됐다. 이렇게 서로 의가 좋은 것들이 오비 선배들이 길게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이 아닐까 싶다.

-오비 앙상블이 느끼기에 명맥을 이리 오래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권: 후배의 예상이 맞다. 재학생 때부터 단원들끼리 아주 끈끈했다.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지만 단원 간 결속력을 높이는 문화들이 많았다. 토요일에 모여서 클래식 기타 음악만 주야장천 들어야 하는 교육도 있었고, 국립공원 야간산행을 하는 행사도 주기적으로 있었다. 지금은 국립공원 야간 산행이 불가능하지만 당시에는 가능했다. 60명이 지리산 이런 데 가서 5박 6일간 산에 오르고 산에서 자고 하는 거다. 안 친해질 수가 없다.

-그런 결속력이 수십 년간 매년 연주회를 개최하는 힘이 됐겠다. 매년 이런 연주회를 하게 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들이 있을 것 같은데.

▶박: 오비 앙상블은 요즘 식으로는 소위 '꼰대' 소리 듣는 나이다. 'MZ'라고 일컫는 세대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 꼰대라는 게 다른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어서 그런 거다. 그런데 합주 준비를 위해서 후배들을 만나고 기타를 치고 밥과 술을 먹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 20대의 순수함을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지난 2014년 토레스 40주년 연주회, 경북대 대강당 무대에 오르기 직전 대기실에 토레스 단원들이 모여있는 모습. 권종철 씨 제공
지난 2014년 토레스 40주년 연주회, 경북대 대강당 무대에 오르기 직전 대기실에 토레스 단원들이 모여있는 모습. 권종철 씨 제공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도 기탁해오고 있다고 들었다.

▶권: 1984년부터 졸업생들이 당시에 좋은 서클 문화를 이어가려면 졸업생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그때 기금을 만들어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회비를 받기 시작했다. 10년 전 토레스 40주년 행사를 이번처럼 크게 열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찬조금을 받았는데 행사 비용을 치르고 남은 2천만원을 토레스 후배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 토레스는 회장, 총무, 지휘자, 교육부장 등 넷이 임원으로서 동아리를 운영해 간다. 선배들이 당시 기탁한 2천만원이 한 학기 100만원씩 임원들에게 돌아간다. 사실 동아리라 어떤 책임을 맡아도 무일푼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데 장학금을 주시니 감사한 마음이다.

박: 인문진흥관이라고 인문대 학생들을 위해 지은 건물 1층에 홀이 있다. 그 건물을 지을 때도 졸업생들끼리 십시일반 해 2천8백만원 정도 기증했다. 다목적 연주홀에 찬조를 해서 토레스가 영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4년 경북대 대강당에서 열린 토레스 40주년 기념 합주회의 모습. 권종철 씨 제공
지난 2014년 경북대 대강당에서 열린 토레스 40주년 기념 합주회의 모습. 권종철 씨 제공

-오는 19일에 동아리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있다고 들었다. 준비하고 있는 무대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권: 19일 오후 4시 아양 아트홀 무대에 토레스 오비, 와이비 단원 60명이 오른다. 합주곡은 총 4곡을 연주한다. 4파트부터 7파트까지 구성된 다양한 곡들이다. 파트가 많이 나뉠수록 화음이 많이 쌓여 더욱 다채로운 선율로 클래식 기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관객석은 850석인데 전부 무료다. 클래식 기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서 무대를 관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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