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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여인숙과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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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후락(朽落)한 동네를 기웃대다 보면 가끔 '여인숙'을 만난다. 빛바랜 간판만 겨우 달린 폐가(廢家)가 대부분이다. '달방'으로 연명하는 곳도 있다. 학창 시절 읽었던 김원일 작가의 소설 '시골 여인숙'이 기억난다. '여인숙'이란 공간은 장돌뱅이와 서민들의 애환(哀歡)을 녹여 내는 '소설적 장치'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여인숙을 '규모가 작고 값이 싼 여관'으로 정의한다. 실감 나지 않는 뜻풀이다. 모텔, 호텔, 펜션,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만 아는 세대에게 여인숙은 낯설다. 여인숙은 '욕실 완비' 여관과 다르다. 여인숙에 몸을 맡겨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면목(眞面目)을 모른다.

여인숙은 그저 몸만 누일 수 있는 곳이다. 편의시설은 없다. 여럿이 쓰는 화장실과 세면장이 전부다. 눅눅한 이불, 얼룩진 벽지, 퀴퀴한 냄새는 여인숙의 상징 요소다. 여인숙은 가난한 연인, 술 취한 대학생, 막노동자들이 밤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살 만한 사람들은 여관을 찾았다. 그래서 여인숙 숙박(宿泊) 경험이 없는 중장년들도 많다.

여인숙(旅人宿), 여행자들이 잠자는 곳. 행색은 꾀죄죄하나, 이름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모텔은 에로틱하고, 여인숙은 로맨틱하다. 모텔에는 '러브'(love)가 있지만, 여인숙에는 '애수'(哀愁)가 있다. 물론 주관적인 비유다. 모텔에서도 얼마든지 '애수의 소야곡'이 흘러나올 수 있다.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한 골목에는 100년 된 여인숙이 있다.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이 골목에는 몇몇 여인숙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여인숙은 하룻밤을 묵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많다. 그러나 색다른 경험을 좇는 청년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경북 포항시 죽도동의 한 여인숙은 옛 여관을 리모델링한 사례다. '빈티지(vintage·낡고 오래된 것) 감성의 여성 전용 게스트 하우스'라고 홍보한다. '여인(女人)들을 위한 숙박시설'이란 뜻에서 '여인숙'으로 명명(命名)했을 것 같다.

MZ세대의 취향(趣向)은 이중적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낡은 것을 좋아한다. 아날로그, 빈티지, 레트로(retro·복고) 감성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여인숙은 MZ세대의 눈길을 끌 만하다. '게스트 하우스'란 명칭 대신 정감 어린 '여인숙'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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