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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품격, 인격,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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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Manners maketh man."(예의범절이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다. 멋진 정장을 입은 비밀 요원이 악당들을 응징하기 전에 남긴 말이다. 매너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행동이다.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인간 본성의 네 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사람이 태생적으로 지닌 ▷가엾게 여길 줄 아는 마음(仁)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할 줄 아는 마음(義)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禮)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마음(智)이다. 이는 성선설(性善說)의 요체다.

사람에게는 '인격', 나라에는 '국격', 정치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인격, 국격, 품격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 국격은 제도와 행정, 정치인의 리더십, 국민성의 총합(總合)이다. 국가 제도가 국민을 존중하면, 국격은 높아진다. 국가가 빈곤한 사람을 지키기보다 가진 자의 이익 증대를 우선하면, 국격은 떨어진다. 그래서 18세기 영국 시인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품위 있는 배려야말로 문명이 거쳐야 할 진정한 시험"이라고 했던가.

국민성과 국격은 선순환(善循環)을 한다. 깨어 있는 시민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일등 국가가 훌륭한 국민을 배출한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보인 이성적인 태도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비통(悲痛)과 황망(慌忙) 중에 나온 행동이어서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지난 5일 무안공항에서 마지막 브리핑이 끝난 뒤 유가족 대표는 공무원들에게 앞으로 나와 달라고 했다. 유가족 대표는 "이분들이 저희를 도와주신 겁니다. 집에도 못 가시고 최대한 도와주셔서 정말 빨리 수습을 하게 됐습니다"라며 정중히 인사했다. 이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 등 공무원들도 허리를 굽혔다. 유가족과 공무원이 눈물의 포옹을 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관계자들이 사과하는 자리에서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수습 관계자들은 "유족들이 이성적으로 대응한 게 신속한 수습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순조로운 수습은 당국의 면밀한 대응에 유족들의 협조, 시민들의 위로와 봉사가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이게 국민의 품격이다. 나라를 도탄(塗炭)에 빠뜨린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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