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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K컬처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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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요즘 K팝과 K드라마, 이른바 K컬처의 확산은 눈부시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가 섞인 노래가 울려 퍼지고, 한국의 서사는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빠르게 확장된다. 한류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나 문화적 자부심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 K컬처는 세계 문화의 주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학창 시절,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세계는 AFKN과 홍콩 영화였다.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화양연화', 그리고 진가신의 '첨밀밀' 같은 작품들은 사춘기의 감정과 맞물려 깊은 흔적을 남겼다. 느슨한 서사와 오래 머무는 시선, 그리고 인물들 사이를 흐르던 낯선 정서는 영화 이상의 경험이었다.

그 영화들에는 당시 홍콩이 겪고 있던 시대의 변화와 자본주의의 물결,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스며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잘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한 사회의 내면과 현실을 담아낸 문화적 서사였다.

이후 일본 영화와 음악이 이어졌다. 특히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일본 정서를 세계적 감각으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국 영화 역시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갔다. '올드보이'를 비롯한 작품들은 기억과 복수, 억압된 상흔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고유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문화의 흐름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반복됐고, 오늘날 그 중심에는 K컬처가 서 있다. 기술과 자본, 플랫폼을 기반으로 K컬처의 완성도는 높아졌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문법 또한 한층 정교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려도 남는다. 세계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우리만의 색과 결을 희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때 우리 영화에는 분명한 한국적 정서가 있었다. '쉬리'의 분단 시대가 품은 긴장감, '접속'의 체념과 고독, '태극기 휘날리며'의 비극적 형제애, '웰컴 투 동막골'의 이념을 초월한 공동체성. 이 작품들은 서사의 완성도를 넘어 한국 사회의 체온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 속엔 작지만 소중한 삶,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 특유의 감정선이 살아 있었다

문화는 결국 '차이'에서 힘을 얻는다.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말하고 따라 할 때, 문화는 더 이상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이야기의 기준이 되는 순간, 문화는 균질해진다.

K컬처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큰 시장만이 아니라 우리만의 서사다. 홍콩 영화가 한 시대를 풍미했듯, 어떤 문화도 영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지속의 밀도는 다를 수 있다. 결국 문화의 지속성은 우리만의 서사를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세계가 소비하기 쉬운 콘텐츠가 아니다. 세계가 궁금해하는 한국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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