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법 역사에 큰 오점으로 기록될 李 파기환송심 대선 이후 연기

7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전격 연기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0대 2 압도적 판결로 이 후보에 대해 유죄(有罪) 취지로 파기환송(破棄還送)을 한 만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유죄 선고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기존의 판례 등을 종합해 볼 때 피선거권(被選擧權) 박탈형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피선거권 상실이 확정적인 사람에게 대선 출마의 기회를 줌으로써 국가적,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며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 기일을 변경한다"고 재판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언어도단이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는 공직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상당 기간 박탈함으로써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확보한다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취지와 목적의 정면 부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주는 것은 그 자체로 공직선거법의 형해화(形骸化)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또 재판의 공정성은 사법 외적 고려 없이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한 재판 날짜를 지킴으로써 지켜질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정치권의 압박으로 재판 날짜를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매우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 사법 역사의 큰 오점(汚點)으로 기록될 것이다.

서울고법의 재판 연기에 앞서 이 후보와 민주당은 사법부를 향해 온갖 위협과 겁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 후보는 6일 자신의 상황을 죽산 조봉암 사형, DJ 사형선고 등에 빗대 "(사법부의) 3차 내란 시도도 국민에 의해 진압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서울고법 형사7부를 향해 "5월 11일 자정까지 공판 기일을 6·3 대선 이후로 연기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또 파기환송심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彈劾) 소추안 발의, 서울고법 재판부에 대한 탄핵 추진, 파기환송에 찬성한 대법관 10명에 대한 탄핵안 마련 등 국회 권력을 총동원해 사실상 사법부(司法府)를 마비(痲痹)시키겠다는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 거대 의석을 무기(武器)로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국무위원·감사원장·서울중앙지검장 등 30여 명의 행정부 주요 인사를 무리하게 탄핵 추진함으로써 사실상 행정부 해체 수준의 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이로 미뤄 사법부를 향한 무차별 탄핵·입법 공세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사법부가 무너지면 법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붕괴된다. 이 후보 파기환송심 공판 연기는 이 후보와 민주당의 협박에 사법부가 무기력하게 굴복(屈服)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삼권분립에 기초한 자유(自由) 민주주의 체제와 헌법(憲法) 정신이 위협받으며 붕괴되고 있지만, 보수·우파 정치권은 후보 단일화를 놓고 나라와 국민보다 개인적 이권(利權)에만 더욱 열중하는 모양새다. 나라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법과 도덕의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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