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보수·우파 국민들에게 참담함 안겨 준 국민의힘 '막장 단일화'

6·3 대선,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 과정이 유례없는 '막장극'을 연출하면서, 단일화 시너지 효과로 지지층을 강하게 묶고 중도층 관심을 끌기는커녕 보수·우파가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내 경선 기간, 한덕수 국무총리가 출마하면 즉시 단일화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수없이 밝혔던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시간을 끌었다. 7일 담판, 8일 담판에서도 미온적(微溫的)이었고, 급기야 "강제 단일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내 문제가 법정으로 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 후보와 한 후보 측은 9일 밤에도 단일화 협상을 했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부딪쳤다. 양쪽 모두 자신이 확실히 이기는 방식 아니면 응하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9일 늦은 밤부터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한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교체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한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국민의힘은 10일 김 후보를 한 후보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에 부쳤고, 부결(否決)됐다. 김 후보의 태도 변화, 법정 다툼, 당 지도부의 오밤중 기습적 후보 교체 추진 등 '막장극'이 단 며칠 사이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것이다.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는 대한민국 구하기, 반(反)이재명 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대의(大義)는 없었다. 김 후보는 시간을 끌면서 한 후보가 주저앉기를 바라는 듯한 '마이너스 단일화' 행보를 보였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방법을 택했다.

결국 김 후보가 단일 후보로 등록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어느 쪽이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선 후보 단일화는 후보들의 자기희생, 당 지도부의 치밀한 전략, 공정한 경쟁으로 시너지를 얻고자 함이다. 하지만 김-한 단일화 과정은 추태, 무능, 욕심으로 보수 우파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嫌惡), 배신감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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