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 면소' 선거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법치가 무너진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에서 '행위'(行爲)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처벌을 막기 위한 법" "이재명 한 명을 위해 선거제도를 다 망치겠다는 법"이라고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破棄還送) 판결을 받은 이 후보는 향후 재판에서 '면소'(免訴·법 조항 폐지로 처벌 불가) 선고를 받을 수 있다.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정 자체가 법에서 삭제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은 이 후보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며,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 개정을 통한 면소는 이 후보의 선거법 관련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 사법 리스크 방탄 입법'을 쏟아 내고 있다. 사활(死活)을 건 총력전이다. 지난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에게 불리한 선고를 하자, 민주당은 하루 만에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14일 법사위에서는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憲法訴願)을 가능토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이 두 법안은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특검법과 함께 사법부를 압박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모두 이 후보의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법안들이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들 법안에는 그런 '법 정신'을 찾기 힘들다.

법사위는 지난 7일 민주당 주도로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임 중에 형사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逃避處)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괘념치 않았다.

'국회의 사법권(司法權)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 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이 많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13일 '대법원장 청문회 및 특검법 발의 철회 촉구' 성명을 내면서 "사법권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하고 정치권 일각이 조 대법원장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중대한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 관련 입법은 '사법 개혁'의 대의(大義)에 맞지 않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입법에서 '절대 권력'을 쥐게 된다. 대통령 거부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입법 독재'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입법권을 절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도층의 역풍(逆風)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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