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 개헌 공약 긍정적이나 '국회 권력' 견제 방안이 안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 대선 결선투표, 5·18 정신 수록,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 공약을 내놓았다.

현행 헌법은 민주화 과정에서 대통령 장기 독재를 막는 데 방점(傍點)을 두고 만들어졌다. 시행 초기 여러 긍정적인 면이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여야 간 타협 없는 정쟁이라는 부정적인 면만 도드라졌다. 그런 점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개헌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통령 권력 분산만큼이나 시급한 의회 권력 견제(牽制) 방안이 보이지 않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최근 3년 동안 국회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31회에 달하는 공직자 탄핵과 무차별 입법, 예산 단독 삭감 등 공세를 퍼부었다. 대통령 탄핵 후에는 사법부에 십자포화(十字砲火)를 퍼붓고 있다. 그런 마당에 대통령 권력은 분산하자면서, 국회 권력을 견제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권력 분산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 이 후보의 방안대로라면 국회 권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移管)하고, 공수처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방송통신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을 임명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그런 것들이다. 대통령이 소수 정당 소속일 경우 '식물 행정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꿔 왔다. '기본 소득 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반도체 산업 관련 주 52시간 예외를 수용할 것처럼 말했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입장을 바꿨다. 6·3 대선을 앞두고 성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국민 25만원 지원과 남아도는 쌀 매입법 등 포퓰리즘 정책과 노란봉투법, 중대재해법과 상법 개정안 등 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진심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개헌 공약이 대선 승리를 위한 포석(布石)이 아니길 바란다. 무엇보다 의회 독재를 견제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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