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하나:갑자기 호흡이 빨라진 망치
오후 4시, 망치(5살)가 응급으로 내원했다.반려인은 망치가 점심 무렵부터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며 숨쉬기 힘들어 했다는 것이다. 내원 당시 환자견은 입을 벌린 채 호흡을 빠르게 하며 무척 힘겨워했다. 체온은 40.7℃, 호흡수는 분당 50회를 넘어섰다. 검진을 받는 동안 망치의 혀는 보라색을 띄었다.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청색증이었다.
즉시 집중 산소 공급을 위해 중환자입원실로 이동했다. FiO2 35% 이상의 산소가 공급되어 환자견의 혈중 산소를 빠르게 정상화시키기 위해서였다. 폐부종, 신순환부전, 고체온증, 과호흡을 동반하는 동물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치료법이다.
동시에 고열을 낮추기 위한 냉찜질과 폐부종 예방을 위한 약물 처방 등이 실시됐다.개는 땀샘이 없다. 열은 호흡을 통해 발산시킨다. 사람처럼 땀을 흘려 열을 발산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흡이 빨라지면 체온 상승이 동반된다. 개는 더 빠른 호흡을 통해 체열을 낮추려 하지만 자칫 악순환이 이어지면 급성 고체온증과 폐부종으로 사망에 이를 수 도 있다. 살찌고 흥분하는 개가 더 위험하며, 여름철에 그 위험성은 현저히 높아진다.

뭉치는 2시간 이상 집중 산소 공급을 받고 나서야 호흡이 안정됐다. 체온도 39℃ 이하로 내려왔다. 미뤄 두었던 X-Ray 검사가 실시됐다. 그런데 상황이 특이했다. 환자견의 흉부 가 압박되어 폐 용적이 줄어 있었다. 반면에 배는 엄청 팽대되어 있었다. 위내 범상치 않은 음식물이 공기와 함께 가득차 있었으며 소장까지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팽대된 복강이 흉부를 짓누르는 상황이었다.
가족분들에게 검사 소견을 설명하고, 망치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라면이었다.평소 망치에게 사람음식을 자주 먹였다고 했다. 평상 시에도 라면을 씻어서 자주 나눠 주었던 터라 이상이 생길거라고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
반려인들은 개와 사람의 식습관이 비슷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는 엄밀히 말해 육식동물이다.
동물영양학 전문가들은 고탄수화물은 개에게는 부적절한 음식이라고 경고한다. 면, 밥, 빵과 같은 고탄수화물을 자주 먹는 개일수록 비만과 소화기 질병이 잦다. 과일, 양념이 된 사람 음식 대부분도 당 섭취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비만, 과영양대사, 담낭점맥종, 신장결석, 췌장염을 유발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뭉치는 그래서 비만이었다. 평상시에도 열이 많아 빠른 호흡을 보였는데, 라면을 폭식이후부터 체온이 급상승하며 과호흡이 시작됐다.다행히 뭉치는 위급 상황을 극복하고, 2일 간 입원 치료를 받은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살찐 개일수록 사람 음식의 급여는 피해야 한다.

◆ 과호흡을 보이는 개의 응급처치 요령
호흡수가 분당 40회 이상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체온 상승이 동반되는 과호흡을 의심해야 한다.
1. 심리적 안정이 우선이다. 보호자가 개를 안정시키려 안아주는 것은 오히려 체온 상승을 조장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개를 조용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보호자는 곁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개의 불안감을 달래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
2. 체온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호흡수가 분당 35회 이상이 지속되면 체온이 급상승한다. 차가운 물에 수건을 적셔 얼굴과 가슴을 피해 몸과 사지를 감싸준다.
3. 입을 크게 벌리며 힘겹게 호흡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개구호흡을 의심한다. 체온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서 동물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한다.
4. 호흡수가 분당 40회 이상인데, 개가 기력이 없는 상태라면 더더욱 심각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 에피소드 둘:반려견 잡는 개껌
밤 11시, 토리가 응급으로 내원했다.토리가 무언가를 잘못 먹었는지 저녁부터 헛구역질을 하더니 이제는 기력마저 떨어져 급하게 내원했다. 곧바로 X-Ray 검사와 혈액 검사가 진행됐다.검사결과 원인은 '흉부 식도 내 이물'이었다.X-ray소견 상으로 단단한 뼈가 아닌 4cm 정도의 단단한 음식물로 추정됐다.보호자는 평상시 개껌을 항상 주었다고 했다.개껌을 잘라 삼켰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서둘러 내시경을 이용한 식도 이물제거가 진행됐다.
흉부 식도내 이물제거는 때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이물이 정체된 구간이 심장 대동맥 아래 흉부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물제거 중 식도에 상처가 발생한다면 곧바로 흉부 감염이 초래될 수 있다. 이 경우 개흉수술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흉부 식도내 이물제거는 후유증의 심각성을 보호자에게 고지한 후 동의를 받고 시술이 이루어진다.
토리는 다행히 안전하게 이물을 제거받았다. 개껌이었다. 역류된 소화액에 의해 표면이 녹아 있어서 식도 점막의 상처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보호자에게 개껌이나 육포는 절대 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개껌이나 뼈간식은 개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1. 개의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2. 칼슘과 같은 영양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3. 치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4. 무료한 반려견을 위해 오래 씹을 수 있는 행복한 간식이다.

◆개껌이나 뼈간식의 진실?
1. 개는 육식동물이다. 날카로운 견치(송곳니)가 발달해 있다. 사냥감에 치명상을 끼칠 수 있으며, 살을 찢어 먹기 유리하게 발달했을 뿐이다. 딱딱한 곡식이나 섬유질을 갈아 먹는 초식동물의 치아가 경도는 더 강하다. 치아의 견고함을 의미하는 법랑질 층을 비교하면 개의 이빨은 사람의 절반 두께에 불과하다.
치과의사는 건강한 치아 관리를 위해 딱딱한 뼈를 피하라고 경고한다.수의사도 마찬가지다. 수의사도 개의 치아 건강을 위해 딱딱한 개껌을 피하라고 경고한다. 개껌이 개의 치아건강에 도움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2. 우유껌, 영양이 첨가된 개껌이 시중에 넘쳐나고 있다. 제품의 판매를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들이 소비자를 현혹시킨다.
필자는 건강을 돕는다는 다양한 기능성 개껌의 효능을 대부분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FDA는 덴탈껌으로 인한 반려견의 장폐색을 소비자에게 엄중히 경고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3. 개껌이 치석을 예방한다는 주장 또한 상당히 과장돼 있다. 치석은 탄수화물 섭취로 인한 치태가 누적된 상태에서 세균 증식 등에 의해 미네랄이 침착되어 단단한 치석으로 형성된다.
치석 예방을 위한 처방사료를 살펴보면 입자가 크고 경도가 비교적 덜 단단하다. 개의 날카로운 치아들이 사료를 씹는 과정에서 잇몸 경계부에 있는 치태를 물리적으로 닦아내는 작용을 유도한다. 사람들이 양치질을 통해 치태를 씻어내는 원리와 유사하다.
딱딱한 덴탈껌이 치태를 제거하기는 어려우며, 덴탈껌에 함유된 특정 성분이 이미 형성된 치석을 녹여낸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
4. 오래 씹을 수 있는 행복한 간식, 이를 지켜보는 보호자의 흐뭇함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개의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식탐이 있는 소형 반려견에게 개껌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집 강아지는 개껌을 너무 집착해요"
개껌과 뼈간식에 이미 빠져버린 반려견들이 의외로 많다. 이미 습관화되어 안 줄래야 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면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반려견이 먹을 수 없는 크기의 큰 개껌을 제공하자. 소형견에게 대형견용 개껌을 제공하는 식이다. 하루 종일 물고 뜯어 봐야 잘려지지도 않고, 먹을 수도 없는 큰 개껌이 적합하다.

반려견에게 개껌은 먹을 수 없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자연히 개껌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다. 그러면서도 터그 장난감 처럼 개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효과는 남는다.
필자의 경험 상 먹어서 건강에 기여하는 개껌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반면에 개껌을 먹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견들이 여전히 많음을 알수 있다.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댓글 많은 뉴스
'젓가락 발언'에 이재명 입 열었다…"입에 올릴 수 없는 혐오, 부끄럽다"
대구 찾은 이석연 민주당 선대위원장 "이재명 뭐 잘못했길래 이렇게 푸대접 하나"
김문수+이준석 50.7%〉이재명 46.5%…거세지는 보수 단일화 요구
이준석 "추락만 남은 김문수…나만 이재명 잡는다" 단일화 데드라인 D-1 빨간불
"文 욕보였다" "반역"…'김문수 지지' 이낙연에 민주 맹비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