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말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통상 기술 협의에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규제 완화,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등 비관세장벽 완화를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2차 기술 협의에서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에 걸쳐 구체적인 개선 요구 사항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
가장 민감한 요구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해제다. 정부는 2008년 미국과 협의해 월령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했고, 현재까지 해당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과도한 비관세장벽'으로 간주하고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모는 급증해 지난해 기준 22억4천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 5억2천200만달러에서 330%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국내 쇠고기 수입 시장에서 미국산 비중이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2026년부터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부과되는 관세도 전면 철폐된다.
미국은 또 육포·소시지 등 미국산 가공육 제품에 대한 한국 측의 수입 금지도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했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LMO에 대한 수입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현재 한국은 식품·의약용 LMO 수입 시 사전 승인 절차를 운영 중이며, 미승인 LMO는 검역 단계에서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절차가 자국산 농산물 수출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구글이 요청한 5천 대 1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문제가 재차 거론됐다. 정부는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 같은 요청을 반려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14일 이 문제에 대한 처리를 60일 연기했다.
지도 데이터에는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 정보가 포함돼 있어 국가안보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지도 데이터가 자율주행, 가상현실(VR) 등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핵심 정보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 보호와 국가안보 사이에서의 균형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향후 새로 출범한 행정부 주도로 관련 사안을 정리하고 국민 건강과 안보, 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한 전략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비관세장벽 완화 요구를 일괄 거절하기는 어려운 만큼 각 사안의 국익 기여도와 위험성을 면밀히 분석해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대응 사례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쇠고기, 농산물 등에 대한 일부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자국 자동차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댓글 많은 뉴스
[르포] "보고싶었습니다" '박근혜' 이름 울려 퍼진 서문시장… 눈물 흘리는 시민도
이준석 "이재명, 뭐든 국유화해서 빼먹을 생각…잼플릭스 탄생"
논란 끊이지 않는 사전투표, 존치해야 하나?…폐지론까지 '고개'
거대 권력이냐, 상호 견제냐…대한민국 미래 5년 운명 결정 D-1
"재명이가 남이가" 이재명, TK공약 추상적…부산은 해수부·HMM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