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권 있는데 왜 못해" "투표지 바꿔줘"…대구 곳곳서 소란, 경찰 출동도

사면복권됐는데 선거인 명부 미등재로 투표 못해
'특정 후보에 기표해달라' 호소하다 경찰 신고하자 달아나
거동 불편 유권자들 부축하려다 기표소 앞서 제지 당하기도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 당일 대구 지역 곳곳에서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본적지 행정기관에서 사면복권된 사실을 제때 인지하지 못해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투표장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다 경찰에 신고 당하자 도망가는 일도 있었다.

◆선거인 명부 누락

대구 남구에 본적지를 둔 A씨는 3일 오전 자신의 투표소를 찾기 위해 온라인에 인적사항을 기입하다가 본인이 선거인 명부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A씨는 현재 주소지인 경기 용인 수지구 투표소에 방문해 문의했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아서 명부에 없다'는 답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선거권이 있다'고 했으나, 본적지인 대구 남구로부터 사면복권 관련 통지를 받지 못해 선거 명부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A씨는 다시 대구 남구청에 문의했고, 남구청은 '사면 복권 내용을 착오로 누락시킨 것 같다'며 사과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선거인 명부 관리 부실로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A씨는 "투표 당일 투표소에 가서 이런 내용을 알게 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국민들이 선거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탄하는 상황에서 명부 관리가 이렇게 부실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선거담당 부서에서는 오늘에서야 A씨 사면복권 사실을 인지했다"며 "선거인 명부 누락 부분에 대해 사과했고, 사면복권 통지 여부 등 자세한 경위는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소 곳곳서 소동

투표소 현장에서 소란을 부리다 경찰에 신고 당하는 일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 15분쯤 대구 수성구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B씨가 "후보자가 헷갈려 잘못 기표했다"며 투표 용지를 다시 달라고 요구하는 소동이 있었다. 투표사무원 등이 투표를 다시 할 수 없는 점을 설명했지만 B씨는 거듭 재투표를 요구하며 투표 용지를 찢어 훼손했다.

사무원들의 제지에도 B씨는 현장에서 달아났고, 유권자들이 한창 몰리는 시간대여서 연령대나 성별도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 12시 30분쯤 또 다른 수성구 투표소 입구에서는 유권자 C씨가 특정 후보에 기표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유권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소 입구에서 소란이 일자 투표관리관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C씨는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오전 9시 50분쯤 남구 대명 6동 3투표소에서는 부정투표를 주장하는 주민을 저지하려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60대 남성 유권자 D씨는 "사전투표소는 투표지를 현장 발급 해주는데 왜 오늘은 현장에서 투표지를 인쇄해주지 않느냐"며 5분가량 투표사무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과 투표사무원이 본 투표일에는 인쇄소에서 사전 인쇄된 투표지를 이용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나서야 D씨는 돌아갔다.

이날 대구 달성군에 있는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기표대 위에 투표 용지를 두고 가는 바람에 '공개된 투표지'에 해당돼 무효 처리된 일도 발생했다.

대구 중구 주민들이 남산4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김지효 기자
대구 중구 주민들이 남산4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김지효 기자

◆투표소 인근 카센터에 민주당 유세차량…국힘 반발

3일 대구 동구 해안동 선거 투표소 인근 카센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유세차량이 오랜 시간 주차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날 대구동구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0분쯤 해안동 선거 투표소 인근 A카센터에 '이제는 진짜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 등 더불어민주당 유세 문구와 후보사진과 기호가 랩핑된 트럭 한 대가 정차돼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공직선거법 제254조 1항에 따르면 선거일에 투표마감시각전까지 선거운동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구선관위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한 뒤 확인해보니 군위군 유세차량이었고, 전날 카센터로 이동해 수리중인 차량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민주당 대구시당 측에 랩핑이 보이지 않게 덮어놓으라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 조치 후에도 랩핑 문구 일부만 청테이프로 가려진 사실이 확인돼 선관위 측에 항의 민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관계자는 "문제가 된 민주당 유세차량이 주차된 위치는 해안동 투표소와 아주 근접한 곳이다.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투표일에 버젓이 유세차량을 세워둔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은 선관위 지시가 있었는데도 유세 문구를 일부만 가리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구 선관위 측에서는 동구 주민이 해당 신고를 접수했음에도 현장에 나와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선관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거동 어려운 유권자들 '나 홀로' 기표 논란

투표소에 가족과 함께 왔다가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바람에 사무원들이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내는 일도 빚어졌다.

대구 남구 봉덕1동 투표소에서는 84세 노모가 아들 부축을 받으며 방문했다. 치매가 있는 노모는 아들과 떨어지지 않으려 했고, 아들이 기표소 앞까지는 데려다 줬지만 기표소 안은 혼자 들어가야 했다.

투표사무원은 기표소 안을 가리며 둘을 갈라놓았고, 아들은 노모가 불안해 하자 기표소 가림막 밖에서 어깨를 잡아주려다 제지 당했다.

휠체어를 타고 남구 한 투표소를 찾은 신성민(53) 씨 역시 아내 부축을 받아서 왔지만 기표소에는 혼자 들어가야 했다.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고 손을 떠는 장애가 있는 신씨는 선에 걸쳐 도장을 찍은 바람에 크게 탄식했다. 아내는 무슨 일인지 들여다보려다 제지당하고, 사무원은 정정이 안 되니 그대로 내라고 안내했다.

신씨는 "원하는 이름에 찍으려다가 겹쳐 보여서 선을 침범한 것 같다. 사표가 되면 안 될 텐데 걱정된다"며 "지금은 북구에 사는데, 사전투표는 못 믿어서 본 투표하러 나들이겸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신씨 배우자는 "손만 잡아주려고 했는데도 같이 들어가지를 못 하게 하더라"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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