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하영석]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중국 해운·조선산업 때리기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

관세 폭탄에 이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선사와 중국 건조선박의 미국 항만 입항 시 항만수수료와 톤세 부과 조치이다. 2024년 3월 미국의 5개 노동조합은 중국의 해운·물류·조선 분야의 행위가 미국 화주에게 불공정한 것으로 보고 '미국 무역법(Trade Act) 301조'의 위반 여부 조사를 USTR(미국무역대표부)에 요청하였다. 2025년 1월 USTR은 중국의 행위가 '미국 무역법 301조'를 위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중국이 미국의 해운·물류·조선 부문의 사업 기회와 투자를 약화시켜 경쟁을 제한하였고, 미국의 무역 거래에 부담을 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국제 무역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선사가 중국 건조선박을 가지고, 중국 주도의 글로벌 해운·물류 인프라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중국이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성을 심화시키는 등 운송주권 침해와 경제적 안보를 위협하였다는 것이다.

1974년 제정된 '미국 무역법 301조'는 무역과 투자를 제한하는 외국정부의 부당하고 불합리한 차별적인 행위, 정책, 관행에 대해 조사하고 대응할 권한을 미국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 인상, 수입 규제, 투자 제한, 기술 이전 금지 등 다양한 무역 보복 조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USTR은 2025년 10월 14일부터 중국 선사와 중국 건조선박의 미국 입항 시 항만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였다. 중국 선사가 운영하는 선박은 순톤수(NT) 당 50달러, 중국 건조선박은 순톤수 당 18달러 또는 하역된 컨테이너 박스(TEU) 당 120달러 가운데 높은 금액을 부과한다. 이 수수료는 매년 인상되어 2028년에 각각 140달러, 33달러, 250달러가 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미국향 대형 컨테이너선은 최대 13,000TEU(73,000NT)를 싣고 운항하기 때문에 1회 입항 시 중국 선사는 최대 365만 달러, 중국 건조선박은 순톤수 기준으로 131.4만 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미국 조선 및 항만인프라법(SHIPS Act)'은 선사의 중국 발주, 인도, 수리 선박의 비중 등에 따라 순톤수 당 5달러 이하의 톤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 조치들은 중국의 해양패권을 견제하고 미국 해사산업의 재건을 목표로 장기적으로 추진될 것임에 따라 글로벌 해운·조선 경쟁구도와 공급망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24년도 기준 미국 수입 컨테이너화물의 50% 이상이 중국제품이며, 화물의 21%가 중국 건조선박에 의해 운송되었다.

중국발 미국향 화물의 운송 비중은 중국 선사인 COSCO가 71%로 가장 높고, 유럽 선사는 55~65%, 한국의 HMM은 54% 수준이다. 글로벌 선사들의 중국 선박 보유 비율은 평균 25% 이상이고 한국의 HMM은 2% 미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HMM이 유리하다.

중국 건조선박 비중이 높은 유럽 선사들은 운임 인상 압박과 중국 건조선박 비중 축소, 항로전략 수정이 요구된다. 또한 북미항로에 투입된 중국 건조선박이 유럽 및 동남아 항로로 전환 배치될 것임에 따라 공급 과잉에 따른 근해선사의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항만을 우회하는 공급망 구축이 보편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2024년도 중국 조선업의 세계시장점유율은 세계 1위로 건조량의 55.7%, 신규 발주량의 74.1%를 점유하고 있다. 발주량의 91.5%는 수출물량이나 USTR의 조치로 중국조선소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한국의 선박건조 가격은 중국에 비해 10~20% 고가이나, 미국의 조치는 이러한 격차를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조선소의 수주물량은 2028년까지 포화상태라 미국의 조선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한국은 육상 선박 블록공장의 확장을 통해 미국의 전략상선대 구축과 조선업 재건을 지원하고 이를 관세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한·미간 친환경 선박 전환에 적합한 소형 원자력 엔진 모듈과 자율운항선박용 디지털 장비의 공동개발 등을 통해 한국 조선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는 해운과 조선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 되고 있는 호기를 잘 활용하여 글로벌 경제·안보질서 변화에 대응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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