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책] 사자같이 젊은 놈들
구본형 지음 / 김영사 펴냄

[책] 사자같이 젊은 놈들
[책] 사자같이 젊은 놈들

처음엔 어떤 판본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했다. 최초 제목을 사용한 판본은 절판되었고, 10년 뒤엔 다른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온 터였다. 그런데도 절판된 책을 택한 건 지금 우리시대에 필요한 청춘의 모습,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다.

일곱 명의 20대 젊은이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꿈을 알아내고 그 꿈을 성취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사자같이 젊은 놈들'은 2013년 타계한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의 명저이다. 2002년 출간된 이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준 이 책은 2012년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이란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오기도 했다.

"꿈은 가상으로 끝나는 허무한 희망이 아니다. 꿈은 현실 세계로 침투하고 마는 아주 강력한 힘이다. 결국, 꿈이 현실을 만들어 낸다."(59쪽)

"어쩌면 나를 괴롭힌 것은 취직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보다는, 직장인으로 그렇게 답답하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살기조차 어렵다는 것 때문에 더 답답했는지 몰라요."(86쪽)

"가장 단단한 곳에 기둥을 박아라. 기둥이 쓰러지지 않으면 집도 쓰러지지 않는다."(111쪽)

대학을 다니다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민경이.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나, 꿈을 찾았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으로 고민하는 승환이, 운 좋게 취직했으나 여자라는 한계를 절감하는 지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정태,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 초조함에 시달리는 화정이. 서클 선후배인 이들은 민경이 송별회 직전 우연히 들른 점집에서 서로 다른 미션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고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화두를 풀면서 자신을 세상에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실현 가능한 꿈에 다가간다.

이들이 처한 상황을 요약하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책 중반에 등장하는, 1915년 해군장관에서 해임된 처칠과 래버리 부인의 일화는 그래서 흥미롭다. 즉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서 머뭇거리는 처칠의 손에서 붓을 빼앗아 들고는 캔버스 위에 거침없이 칠하면서 "이봐요 윈스턴. 이놈은 이렇게 공략하는 거예요."라며 훈계했던 래버리 부인 덕에, 그날 이후 처칠은 하얀 캔버스를 한 번도 두려워한 적이 없다고.

저자는 아파하고 고뇌하며 희망의 길을 찾아 방황하는 젊음에게 말한다. "자신의 내면의 빛과 힘을 찾아라. 신은 그 능력을 이미 우리 가슴 속에 숨겨두었다. 그것을 찾아서, 그것에, 몸도 마음도 영혼도 모두 걸어라!" 그리하여 마침내 마주하는 나희덕의 시 <상현(上弦)>의 한 구절.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녘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신(神)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영화평론가 백정우
영화평론가 백정우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은이들'에게 지금 내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내면의 무궁무진한 재료와 힘을 찾아 나다운 일을 하라고 토닥이는 구본형. 제자들에게 어떤 책보다 많이 권했던 청춘독본 '사자같이 젊은 놈들'. 내 인생의 방향타가 흔들릴 때마다 주저 없이 펼칠 나침반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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