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수 리셋] (4)"혁신·투쟁 없는 당내 문화…전투력·치열함 사라졌다"

관료 조직처럼 변한 국민의힘…"기업같은 역동성 갖춰야"
당선되면 4년간 '웰빙'…"의정 활동 철저히 평가해야"
수도권서 민심에 주파수 맞춘 與, TK·PK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쇄신이 사라진 국민의힘이 총선·대선에서 연거푸 패하자 그간 보여준 지리멸렬한 모습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국민의힘이 보수 진영의 염원을 수렴하고, 다시 집권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관료조직화된 웰빙 문화를 바꾸고 철저한 의정 활동 평가로 전투력과 치열함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료조직화된 국힘…"기업같은 치열함 보여야"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민의힘이 20~22대 총선을 거치며 개혁성, 혁신성을 잃고 관료조직화됐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20대 총선 공천 당시 '진박(眞朴) 감별' 논란, 21대 총선에서 '사천·낙하산 공천' 논란, 현역 중심·국민추천제를 골자로 한 22대 총선 공천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공천 실패로 당이 공천권자만 바라보는 '복지부동'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 단계에서 어설프게 부활한 국민의힘이 '윤석열 용병 정치'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것이 당에 독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의원들이 '언제든 외부 수혈로 집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돼 소신 정치를 통한 자기 성장, 당내 인재 키우기 등을 위한 역동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혁보수'를 외치며 딴살림을 차렸던 인사들이 실패한 선례가 쌓여 당내에서 혁신을 외치기보다 눈치를 보며 주류 속에 남아 버티자는 기류를 확고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기야 당 주류 의원들만 뭉치면 선출된 당권 인사, 대선 경선 주자 등을 언제든 밀어낼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까지 등장했다는 지적이다. 그간 보수 정당이 쌓아온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보수 정가 한 관계자는 "당이 위기에 처해도 버티면 된다는 정서가 주류가 되자 소장파 정치인은 사라졌고, 선수만 쌓았지 내공이 없는 의원이 늘어났다"며 "당의 문제를 풀어갈 정치인은 없고 관료화된 의원만 남았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치열함을 갖춘 기업과 같은 정당의 모습이 절실하다"고 했다.

◆당선만 되면 4년간 '웰빙'…"의정 활동 철저히 평가해야"

"일단 당선만 되면 4년간 잘 하든 못 하든 임기를 보내고 총선 시기가 다가올 때 공천권 가진 사람만 잡으면 그만인 게 현재 국민의힘 모습입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의원들이 의정 활동은 버려둔 채 임기 내내 공천 줄 사람 그림자만 쫓아다닌다는 비아냥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법안 발의나 상임위 활동 등 의정 활동과 함께 세미나 개최, 방송 출연, 소셜미디어(SNS) 활동 등 부가적인 활동까지 계량화해 공천 점수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대선, 지방선거와 같이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질 경우 투·개표율을 철저히 분석해 총선 공천에 반영해야만 당이 '웰빙 정당'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거론된다.

그래야만 '전국 선거야 지든 말든 내가 사는 게 제일 중요한' 정당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총선 때까지 '뒷짐'만 지는 의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 공천, '텃밭'인 대구경북(TK) 공천을 활용해 인재를 키우는 경로로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키울 사람을 신중하게 골라 전략·비례 공천, TK 공천 등에 활용해야 한다. 공천권자 친소 관계로 소비돼선 곤란하다"며 "이렇게 발탁된 인재를 향후 집권 시 내각에 등용하는 등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국힘, 민심·당심과 괴리 좁혀야 산다

국민의힘이 민심과 당심 간 간극을 좁히는 것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잘하는 건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수도권 중심인 까닭에 '바람이 불면 언제 금배지를 잃을지 모른다'는 각오로 민심에 매우 민감하지만, TK와 PK(부산·울산·경남) 중심의 국민의힘은 공천이 곧 당선이란 생각에 당내 기득권 싸움에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야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민주당이 법안 발의, 방송 출연 등 각종 의정 활동 실적을 철저히 평가해 공천하는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야당으로서 단일대오에 흐트러짐 없이 똘똘 뭉친 민주당의 이면에는 계량화된 평가 시스템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표심을 반영하기로 하는 등 당심과의 괴리도 좁히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당론 결정 시 당심을 반영하고, 지방선거 시 100% 상향식 공천을 하자는 등 혁신안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당 관계자는 "모든 곳에 상향식 공천을 적용할 순 없다. 호남 등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곳, 장기적으로 열세 지역인 곳, 공천만 하면 당선되는 곳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며 "그럼에도 예외 사례를 명확히 한 뒤 상향식 공천을 원칙화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사태 당시 이를 바로 잡은 건 결국 당원이었다"면서 "당의 혁신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 밀고 나갈 구심점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당의 주요 결정을 두고 당원에게 물어보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유의미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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