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대표 도서관의 대구 도서업체 홀대, 이러고도 '대표'라니

대구 대표 도서관(남구 옛 캠프워크 헬기장 부지)이 오는 10월 개관(開館)을 앞두고 도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지역 서점을 사실상 배제(排除)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대구시는 입찰 업체 조건으로, 사서(司書) 인력 10명 이상, 최근 5년간 납품 실적 16억원 이상, 단건 사업 실적 2억원 이상 등을 내세웠는데, 대구시 인증(認證)을 받은 지역 서점 187곳 중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8만여 권의 도서 구입비와 데이터 구축비, 인건비 등 16억원짜리 사업은 서울에 본사(本社)를 둔 도서 납품업체가 지역 납품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차지했다. 이에 대해 지역 서점 관계자들은 "대구시의 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 지역 서점 인증제 등은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역 서점은 대구에서 발주(發注)되는 사업에서조차 '들러리'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대구시 측은 사업 규모가 크다 보니 사업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업체가 필요했고, 지역 납품업체도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명(解明)하고 있다. 그러나 설득력(說得力)이 떨어진다. 충남 아산시의 경우 2018년 중앙도서관 개관 당시 11억원 규모의 도서를 아산 지역 서점 8곳을 돌아가며 구입했다. 2023년 상주시립도서관 개관 당시에도 지역 서점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대구시의 행정력이 충남 아산이나 경북 상주보다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사명감(使命感)이 낮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실 지역 기업을 외면하고 무조건 서울 기업·대기업을 선호하는 행태는 대구시 발주 프로젝트(사업)에서 번번이 지적되어 온 문제이기도 하다. 무사안일(無事安逸)·보신주의(保身主義) 병폐로 해석된다. 청년과 기업이 대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구시가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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