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은 '언론이 전하는 진실'에 관해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20쪽 남짓한 서문을 읽고, 이 책을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으로 정치 이슈가 넘쳐나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격렬한 지금, 언론의 본질을 정면으로 묻는 책 한 권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듣기 싫은 진실을 전한다.
'언론본색'은 기자, 언론사 CEO, 미디어 경제학자 등 30여년간 언론의 다양한 영역을 직접 경험한 양상우 작가가 실무와 이론을 넘나드는 통찰로 '언론은 왜 나아지지 않는가'를 질문한다. 이 책은 단순한 언론 비판서를 넘어 독자와 언론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며 언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언론을 '진실의 등대'보다는 '인간 욕망의 거울'에 가깝다고 본다. 가십과 자극적 뉴스가 '많이 본 뉴스' 상위를 차지하는 현실은 언론 탓이기만 한 게 아니라, 소비자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말로는 언론을 향해 '진실'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과 같은 뉴스'를 기대하는 것이고 언론은 이를 의식하며 뉴스를 내놓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언론의 시작과 끝에는 소비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과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디지털 기반의 신흥 언론은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 언론은 수익성 악화로 품질이 하락했고, 신흥 언론은 정파성과 해석 중심 콘텐츠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저자는 양측 모두 품질을 되돌아보며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책 곳곳에서는 해외 언론 사례도 등장한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뚜렷한 정파성을 가지면서도 높은 저널리즘 품질로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이 소개된다. 이는 '중립성'보다 '전문성'과 '책임감'이 더욱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저자는 앞서 지난 2023년에도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책 '감춰진 언론의 진실'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언론을 정치·경제 권력에 의해 조작 가능한 구조물로 규정하며, '미디어 포획(media capture)'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언론의 문제를 분석했다.
'감춰진 언론의 진실'은 정보의 불균형, 시장 실패, 권력과의 유착 같은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왜 언론이 끊임없이 편향되고 감시 기능을 상실하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 책이다.
반면, 신작 '언론본색'은 '감춰진 언론의 진실'의 연장선인 듯 보이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이번에는 언론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 책은, 시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안에서 언론 내부의 태도 변화와 시민들의 비판적 수용 태도를 요구한다.
두 책은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각각 '구조'와 '윤리'를 축으로 삼는다. 전작은 언론을 '권력에 의해 조작 가능한 구조물'로 보고, 신작은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주체'로 바라본다.
전작이 언론이 왜 무너지는지를 분석했다면, 신작은 무너진 언론이 어떻게 다시 설 수 있는지를 묻는다. 즉, 전자는 진단에, 후자는 실천에 무게를 둔다.
따라서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언론의 위기를 구조적 원인과 윤리적 해법이라는 두 축으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작에서 신작에서도 저자는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언론은 소비자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일 수밖에 없다면, 그 거울이 더 나은 사회를 비추도록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결국 변화의 열쇠는 뉴스를 보는 사람, 만드는 사람 모두가 쥐고 있다. 언론이 다시 어두운 바다를 비추는 탐조등이 되길 바란다.292쪽, 1만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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