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의 화두는 '단일화'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 이어, 공식 후보 선출 후에도 선거 막판까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가 뜨거운 감자였다.
결국 단일화는 실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재외투표 이후 후보자의 사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단일화 논의는 앞서 실시된 재외투표 이후에서도 거듭 언급되면서 단일화가 급히 이뤄질 경우 재외투표·선원투표 등 먼저 진행된 투표의 일부 표가 '사표(死票)'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외국민이나 선원 등은 투표에 나설 수 있는 선택지가 단 한 번에 그치면서 추후 선거에서는 투표권이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단일화 논쟁 중에 떠오른 '사표(死票)' 우려
지난달 27일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데드라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단일화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러브콜에 "가능성 0%"라며 완강히 거부, 단일화 불발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국민의힘은 끝까지 이 후보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라 투표 전까지 단일화 논란은 거듭됐다.
최종 단일화엔 실패했지만 단일화 논쟁과정에서 '사표(死票)'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사전투표 시작 전이나 후, 어느 시점에든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사표 양산이 불가피하면서다. '사전투표 후 단일화'는 무더기 사표를 양산할 수 있고, '사전투표 전 단일화'의 경우에도 이미 지난 26일 투표를 마친 재외투표와 선원투표에서 사표가 양산된다. 만에 하나 극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사표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일부 유권자들은 본투표까지 몸을 사리는 모습도 보였다.
시민 정모(63) 씨는 "내 소중한 한표가 사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본투표까지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투표 일정이 늘 앞서 있는 재외투표의 경우 사표 발생에 대해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내국인은 사전투표와 본투표라는 직접 투표 날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반면 재외투표와 선상투표는 사실상 투표 기회가 한번밖에 없어 '투표권 가치' 훼손 문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尹-안철수 단일화에, 무더기 사표된 안철수 표
지난 20대 대선 당시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 단일화를 선언해 앞서 진행된 재외투표 중 가운데 안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의 표는 무효표가 돼 큰 반발이 일었다.
당시 안철수 후보에 표를 던진 재외유권자들은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안철수 방지법'을 국민 청원에 올리기도 했다.
국민청원 글 게시자는 "투표를 다 끝낸 이후의 후보 사퇴로 인한 강제 무효표 처리는 그 표를 던진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선례가 한 번 만들어지고 나면 분명 다음 선거, 다다음 선거에도 이런 식으로 재외국민 선거 진행 이후 급작스럽게 사퇴하는 경우가 왕왕 생길 텐데 그렇게 되면 재외국민 투표자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 재외투표는 79.5%라는 역대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해외 유권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만약 무효화된다면 사표에 대한 이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투표 후 사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8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외투표소 투표가 시작한 이후에는 후보자의 사퇴를 막고자 한다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정치평론가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표는 유권자들이 투표한 행위에 대해 평가를 못받는 셈이 되니 이른 시일에 단일화를 하거나 하는 사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사표의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는 만큼 후보 등록 후 무조건적인 단일화 금지 등이 아니라 단일화 데드라인을 두는 등 후보들이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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