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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압박에 돈독해진 韓日 기업…조선·자동차 협력 강화 '눈길'

지난해 10월27일 경기 용인에서 열린
지난해 10월27일 경기 용인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현장에서 정의선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제조업의 부상과 미국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경쟁관계를 유지해왔던 한국·일본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협력에 관심이 쏠린다.

◆ 조선·해운 협력 강화

14일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6위 컨테이너 선사인 일본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는 최근 HD현대의 조선 계열사 HD현대중공업에 1만5천9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 운반선 8척을 발주했다.

계약 금액은 약 2조4천억원이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옵션 4척이 추가로 발주될 경우 최종 계약 금액은 3조6천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ONE은 2018년 일본 3대 해운사(NYK·MOL·K-Line)의 컨테이너 부문이 통합돼 탄생한 해운사로, 총 253척 선박을 운영 중이다. 세계 3위 규모의 조선산업을 영위하는 일본 해운사가 한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국 해양 패권을 견제에 나선 미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ONE은 한국보다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를 제안한 중국 조선소에 해당 선박들을 발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발주처를 HD현대중공업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견제로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면서 그동안 발주가 뜸했던 일본 선사도 한국 조선업체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컨테이너 선사가 일본 조선소와 선사가 건조·운용할 선박을 용선(배를 빌려서 사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일본 탱커(원유 운반선) 선사인 시노미야는 최근 자국 이마바리 조선, 하코다테 조선, 나카이 조선에 4만DWT(순수화물 적재톤수)규모 탱커 5척을 발주했다. 이들 선박은 건조 후 또 다른 글로벌 선사들이 용선할 예정인데 선사 중에는 국내 HMM이 포함되기도 했다.

◆도요타·현대차 동맹 가시화

자동차 업계에서도 한일 양국의 협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1, 3위 완성차그룹인 일본 도요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두 기업 간 협력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숨어있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두 그룹의 협력 분야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소가 유력하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현재 수소차 분야의 1, 2위 기업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도요타그룹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용인과 일본 도요타시에서 열린 모터스포츠 행사에서 잇따라 만나며 협력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가고시마현을 중심으로 운수·관광업을 하는 이와시키그룹과 손잡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일본 야쿠시마의 무공해 섬 전환을 돕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대전환 시대, 일본 자동차 산업의 대응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및 중국 견제에 따른 한일 간 자동차·배터리 협력에 주목했다.

코트라는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공통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부품 조달을 미국 내 거점으로 전환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도요타와 LG에너지솔루션, 닛산과 SK온과 등 한일 기업 간 추가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산업과 전략적 연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강점을 결합한 새로운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지형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한일 자동차 산업은 협력과 경쟁을 토대로 성장을 지속해 온 관계"라며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일 간 협력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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