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관세 전쟁 승자 없어"…트럼프 관세 정책에 간접 비판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영원한 우호협력' 체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중앙아시아 5개국과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관세 전쟁,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패권주의는 결국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G7 정상회의 참석 차 캐나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정상들이 참석했으며, 2023년 중국 시안에서의 첫 대면 회의 이후 2년 만의 재회다. 카자흐스탄은 이날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영원한 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공동체 형성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강조하며, "'일대일로' 구상의 발전과 공동 미래를 공유하는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경제 협력 프로젝트로,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경제·무역뿐만 아니라 광물과 농업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올해 15억 위안(약 2천863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시 주석의 이번 중앙아시아 방문은 서방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전략적 행보로도 읽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중앙아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총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미국 측도 최근 카자흐스탄 외무장관과 접촉하는 등 외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소련 해체 후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되며 중국이 그 공백을 빠르게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풍부한 자원과 지정학적 입지로 인해 중앙아시아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이 모두 주목하는 지역이 됐다.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 앞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했으며, 이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개별 회담도 연이어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