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희'로 가득찬 클래식 부산 첫 출발

정명훈과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정식 신고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이 개관식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100명의 단원과, 110여명의 합창단원이 베토벤 9번 교향곡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이 개관식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100명의 단원과, 110여명의 합창단원이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들려주고 있다. 클래식부산 제공

10년이 넘는 부산 시민의 오랜 기다림이 '환희의 송가'가 돼 울려펴졌다. 지난 20일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이 20일오후 7시 30분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연주로 개관을 알렸다. 이날 개관기념 공연에는 부산콘서트홀 조성에 기여한 각계 인사들과 추첨을 통해 선발된 시민 등 1천600명이 참석했다.

이 콘서트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대공연장 2011석과 소공연장 400석을 갖춰 규모로 따지면 대구콘서트하우스의 2배에 달한다. 여기에다 둥근 원형 모양의 웅장한 빈야드 스타일의 무대와 객석, 최첨단 음향시설 및 대형 파이프 오르간을 구비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수차례에 걸쳐 파이프 오르간 설치를 검토했지만 번번이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깊고 넓은 무대도 눈에 띄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100명의 풀편성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려면 꽉 끼어 옴짝달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대가 좁은데 비해 부산콘서트홀은 훨씬 넓은 공간으로 이를 지켜보는 관객에게까지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베토벤 삼중협주곡이 끝난 후 인사를 나누는 정명훈 감독과 첼리스트 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 클래식 부산 제공
베토벤 삼중협주곡이 끝난 후 인사를 나누는 정명훈 감독과 첼리스트 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 클래식 부산 제공

정 감독은 이날 1부에선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 삼중협주곡(트리플 콘체르토) C장조 Op.56을 연주했다. 첼로는 지안 왕, 바이올린은 사야카 쇼지가 맡아 세 연주자간의 밀도있는 하모니를 선보였다.

2부의 베를린 필하모닉 개막이나 연말 행사 등 역사적 현장의 단골 레퍼토리로 꼽히는 베토벤 9번 교향곡 D단조 Op.125 '합창'으로 꾸며졌다. 10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110명의 합창단원, 그리고 4명의 솔로이스트(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테너 김승직, 바리톤 김기훈)은 정명훈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감동의 연주를 선보였다. 한·중·일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997년 창단 이래 수년간 활동과 휴지기를 반복하다, 이번 개관을 맞아 정 감독 지휘봉 아래 다시 모였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오픈 리허설 때는 마치 동굴을 방불케하는 울림에 귀가 아플 정도였다. 200명이 넘는 연주자가 등장한데다 객석은 텅 비어 있고 장마가 시작되는 날 개관한 탓에 습도가 유난히 높았던 이유도 한몫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객석이 가득차고 본 공연이 울려퍼지자 마치 거대한 사운드볼에서 마냥 둥근 공연장에서 부드러운 음향을 뿜어냈다. 습도가 높아 저음이 강하고 고음의 명징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하모니였다. 한 음향 전문가는 "원형의 빈야드 구조를 통해 어느 좌석에 앉아도 비슷한 음향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며 "천정 반사판도 음향을 골고루 전달하기에 잘 설계돼 있었다"고 했다.

다만 목재로 전체를 마감한 대구콘서트하우스와는 달리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아 벽의 음향을 조절한 점은 낯설었다. 본 공연에서 잔향이 조금 부족한 감이 느껴진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자재의 습도가 날아가는 에이징이 이뤄지게 되면 잔향이 더욱 부족해 질 우려가 있어 보였다. 규모에 비해 로비 공간이 좁게 설계된 점도 아쉬웠다.

여기에다 공연 중에 영상이나 사진을 찍다가 적발돼 제지를 받거나, 합창 2악장에선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악장과 악장 사이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몰입을 떨어뜨렸다.

20일 개관 기념 공연을 1시간 앞두고 개최된 부산콘서트홀 개관식. 클래식부산 제공
20일 개관 기념 공연을 1시간 앞두고 개최된 부산콘서트홀 개관식.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은 오는 2027년 개관을 앞둔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묶어 '클래식부산'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웠다. 여기에다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엎고 '동북아시아 클래식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3년이라는 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우리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했다"며 "개관을 계기로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지역의 예술, 음악계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예산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대구 문화계의 입장에서는 마냥 부럽기만 한 '클래식부산'의 첫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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