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들의 고향 의성] <5>의성하면 마늘이지, 의성마늘의 세상

의성마늘시장에서 한 마늘재배 농민이 크기에따라 마늘을 분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의성마늘시장에서 한 마늘재배 농민이 크기에따라 마늘을 분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의성들판은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마늘 수확하느라 분주해진다. 의성 어디를 가든, 마늘재배가 많은 사곡은 물론 단촌과 의성, 금성, 봉양, 춘산 등지에 산재한 마늘밭에서 일꾼들이 모여 마늘을 수확하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마늘 수확하는 일꾼(?)들 대다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인 것이 이채롭다.

베트남에서부터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일꾼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마늘밭에서 만난 그들은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한다. 마늘 수확철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그들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의성마늘은 그런 점에서 다국적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우리들의 밥상에 올라오는 소중한 음식이다.

의성마늘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의성마늘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태초에 마늘이 있었다.'

마늘은 한민족의 연원을 만든 단군신화에서부터 등장할 정도로 우리와 인연이 깊다. <단군신화>는 마늘과 쑥이 곰을 인간으로 만들어 준 신비한 약초로 표현했다.

"...환웅이 신령스런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했다. '너희가 이것을 먹되,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의 형상을 얻으리라. 곰과 호랑이는 그것을 받아 먹으면서 삼칠일 동안 금기했는데, 곰은 여자의 몸이 되었지만 호랑이는 금기를 지키지 못하여 사람의 몸이 되지 못하였다..." <삼국유사> (기이 제1 고조선 편)는 고조선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마늘을 언급한다.

<삼국사기> '제사지'(祭祀志)에서도 "입추(立秋) 후 해일(亥日)에 산원(蒜園)에서 후농제(後農祭)를 지냈다"는 기록이 엿보인다. 여기서 '산원'은 달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늘밭'으로 추정한다.

마늘을 분류작업하는 의성어르신들
마늘을 분류작업하는 의성어르신들

이처럼 마늘은 우리 민족의 기원신화에서부터 함께 한 영물(靈物)로, 한민족을 상징하는 대표 향신료다. 곰을 인간으로 만든 신비스러운 마늘은 단군신화의 핵심모티브다. 마늘은 그때부터 생명의 상징이자 힘의 원천이었고 정력제로 여겨지면서 다산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마늘은 악귀를 쫓는 기운이 있는 부적처럼 인식되면서 흡혈뱀파이어의 일종인 '드라큘라' 설화의 본고장 루마니아에선 부활절에 마늘로 십자가를 만들어 현관에 내걸거나 집안 곳곳에 마늘을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서양에서도 마늘은 나쁜 기운을 쫓는 신성한 마력이 있다고 믿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 마라톤 주자들이 마늘을 씹으면서 뛰었고, 알렉산더 대왕도 전투를 치른 군사들의 강인한 정신과 스태미너 보강을 위해 마늘을 사용했다. 유럽을 지옥으로 내 몬 페스트 치료약으로 마늘을 사용했고 가까이는 중국의 사스 창궐 당시 한국에선 사스의 피해가 없자 마늘이 들어간 김치와 마늘을 즐겨먹는 한국인의 음식문화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한때 마늘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음식문화에서 마늘은 필수불가결한 향신료 중 하나다. 김치는 물론이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삼겹살 등 육류를 섭취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마늘이다.

단군신화에서부터 애지중지되던 우리 마늘의 대표주자는 단연코 '의성마늘'이다. 의성마늘은 조선 중종 22년(1510년) 현재의 의성읍 치선리(선암부락)에 경주 최 씨, 김해 김 씨가 터전을 잡으면서 의성마늘을 처음으로 재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오랫동안 의성지방을 중심으로 재배해 온 의성재래종이 우리 마늘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의성 외에도 단양과 남해 등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마늘이 국내 유통되는 마늘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성마늘 생산량은 연간 약 1만2천여t으로 전국 마늘생산량의 4% 남짓이지만 워낙 귀한 탓에 더더욱 우리 마늘의 대표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마늘을 수확한 한 농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의성군청 제공
마늘을 수확한 한 농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의성군청 제공

◆의성마늘은 다르다.

의성마늘과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늘을 구분하는 특징은 무엇일까.무엇이 의성마늘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의성마늘은 '한지형'(寒地型)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지형은 10월말에서 11월 초 늦가을에 심는다. 남도마늘인 난지형은 8~9월에 심어 월동 전에 잎이 자라 겨울을 나는 반면 의성마늘은 파종후 발근하지만 추운 겨울을 난 후 맹아가 출현한다.

그래서 수확이 다른 품종의 마늘보다 늦다. 6월 중순 이전에 나온 햇마늘은 의성에서 생산하더라도 토종 '의성마늘'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의성은 혈암에 의해 생긴 토양에서 자라기 때문에 약리성분이 풍부하다. 의성지역 토양 산성도는 6.0으로 마늘 생육에 가장 적합하다. 그래서 매운맛과 쓴맛 신맛 짠맛 단맛 등 '알싸한' 마늘의 다섯 가지 맛이 골고루 함유돼 다른 품종 마늘보다 풍부하다.

의성마늘은 종대를 중심으로 마늘쪽의 끝이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의성마늘은 종대를 중심으로 마늘쪽의 끝이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확량이 의성마늘에 비해 50%나 더 많은 스페인산 마늘을 경남 창녕일대에서 재배하면서 개량시킨 '대서마늘' 재배가 의성에서도 늘어났다. 한지형인 의성마늘은 마늘 고유의 효능이 외래종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난지형에 비해 저장성도 좋다. 의성마늘을 육안으로 구분할 때는 기본적으로 6쪽 여부로 판단한다.

요즘은 씨마늘로 파종하는 대신 마늘이 자라 열매가 되는 싹인 '주아'(主芽)를 1년 동안 심어 씨마늘을 생산, 이를 재배하는 '주아재배법'덕분에 6쪽 이상의 8쪽마늘도 나온다. 의성마늘은 종대를 중심으로 마늘쪽의 끝이 붙어있는 것이 의성마늘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난지형 마늘은 종대와 마늘쪽 사이에 공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난지형 마늘은 종대와 마늘쪽 사이에 공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난지형 마늘은 종대와 마늘쪽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이 크고 마늘 쪽수도 많다. '남도마늘'은 중국가정종을 개량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런 난지형은 가을에 심어 뿌리와 싹이 어느 정도 자란 큰 마늘형태로 월동(越冬)한다. 그래서 봄에 꽃대가 일찍 자라서 '마늘종'으로 이용된다.

의성재래종을 다른 지역에 심더라도 의성마늘과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마늘은 재배하는 지역의 토질과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6쪽마늘'이라고 해서 다 의성마늘이 아닐 수 있다는 이유가 그것이다. 타 지역 마늘종을 의성 3년 정도 심으면 완전한 의성마늘로 바뀌게 된다는 것도 의성의 토질이 의성마늘 성장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6월 중순(15일)전 수확한 마늘은 90%이상 의성마늘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의성마늘을 구입하려면 7월 이후 하는 것이 좋다. 6월 중순 마늘을 수확하더라도 분류와 건조 등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성마늘은 7월에 시장에 나온다. 제주산이나 남해산 마늘은 5월에 수확한다.

◆의성마늘소

마늘수확철에 찾은 의성 마늘시장에선 갓 수확한 마늘을 분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올해 마늘수확은 예년과 비슷하게 평년작이상은 된다. 지난 3월 말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인해 경북북부지역이 초토화되다시피 했지만 의성마늘은 무사했다. 마늘이 한창 성장하는 시기였지만 마늘밭에는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의성마늘의 98%가 '논마늘'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의성마늘은 의성고유의 지리적표시를 담은 '의성마늘소'와 마늘닭(발) 마늘오리 마늘햄 등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남선옥 마늘소 한우
남선옥 마늘소 한우

의성축협에서 마늘을 수매한 후 마늘을 분말가공, 첨가한 의성마늘소 전용사료를 생산, '마늘소작목회'를 통해 의성지역 148개 한우농가 6천 여두에 이르는 한우에 먹인 후 소비자들이 만나는 한우가 '의성마늘소'다. 의성에 간다면 꼭 마늘소를 맛보기를 권한다. 마늘소라고 해서 한우에서 마늘향이 물씬 나지는 않는다는 점 명심해야한다.

의성공설시장 한켠에는 1957년부터 그 자리를 지켜 온 노포 <남선옥>이 있다. 누구나 만족할만한 육질의 한우를 거의 20년 전 가격으로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착한식당이다. 숯불 한우 1인분(120g) 12,000원으로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최고의 한우를 즐길 수 있다. 한우프라자 <덕향>도 의성마늘소의 여러 부위를 골라 담아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인기식당으로 한우 듬뿍 담긴 '원기탕'이 인기메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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