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 국민 대상 돈 살포에 희생된 영일만대교·남부내륙철 예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이재명 대통령도 공약(公約)했던 대구경북(TK) 숙원 사업 예산을 무더기 삭감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제2차 추경예산안에서 포항~영덕 고속도로의 핵심 구간인 영일만횡단대교 건설 예산 1천821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남부내륙철도 예산도 500억원 깎였다.

국회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 착공 지연 및 이월(移越) 예산 우선 집행 등을 고려해 영일만대교 사업 예산이 삭감됐다고 한다. 착공 지연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계획 적정성(適正性) 재검토가 시간을 끌면서 발생했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연내 착공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사업 연도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불용(不用) 가능성'을 내세워 예산을 깎는 것은 부당하다. 영일만대교 건설은 국토종합계획에 명시된 사업이며, 국가도로망 종합계획·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있는 국책과제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포항 영일만횡단대교 건설 적극 추진'을 약속했다.

남부내륙철도(경북 김천~경남 거제) 건설 역시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조속한 완공'을 약속했던 사업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돌아온 결과는 '예산 칼질'이다. 2030년 개통(開通) 예정인 남부내륙철도의 경우 올해 예산 1천189억원이 추경에서 688억원으로 42.1% 줄었다. 정부 추경안에서 지역의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삭감되자, 일각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TK 패싱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두 사업의 예산 삭감이 지역에선 충격이나, 이재명 정부의 'TK 패싱'은 아닐 것이라 본다. 이는 30조5천억원의 대규모 추경 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13조2천억원 규모의 전 국민 민생지원금(소비 쿠폰)을 풀고 싶은데, 재정(財政)이 열악하니 기존 사업 예산을 줄였을 것이다. 내수를 살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의 소비 진작을 위해 국가의 경쟁력 제고와 균형발전에 필요한 SOC 사업을 미루는 게 과연 합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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