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북미 자유무역체제(USMCA)를 흔들며 북미 자동차·가전 밸류체인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동차·전자·배터리·반도체 등 국내 주력 제조업 전반이 대미 수출 전략의 대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8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상호관세 25% 조치는 한미 경제 협력의 틀을 흔드는 동시에, 한국 산업계 전반에 '공급망 구조조정'이라는 중대 과제를 던지고 있다.
◆현대·기아, 美 생산 확대
북미 자동차 산업은 이번 관세 전쟁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야다. 수십년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USMCA 체제 아래 형성된 북미 일체형 자동차 밸류체인이 높은 관세 장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은 자동차 주요 소재와 부품의 역내 수입 비중이 전체 수입량의 40~70%를 차지할 만큼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자동차 구성품은 생산 과정에서 여러 번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나든다. 이 과정에서 매년 약 970억 달러 상당의 자동차 부품과 400만 대의 완성차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유입된다. 25% 관세가 지속될 경우 멕시코, 캐나다 부품을 활용해 미국에서 조립해오던 생산 모델이 타격을 받아 자동차 한 대당 최대 수천달러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대응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최우선 대응책으로 삼고 있다.
관세 전쟁의 여파는 전자, 가전, 배터리, 반도체 등 다른 주력 산업에도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미국이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올리면서 한국산 가전제품의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5월 한국의 대미 냉장고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5.5% 급감했고 세탁기도 17.1% 감소했다. 특히 멕시코는 삼성전자, LG전자의 북미 가전 수출을 위한 핵심 생산 기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퀘레타로와 티후아나 공장에서 각각 냉장고와 TV를, LG전자는 몬테레이와 레이노사에서 냉장고와 TV를 생산하며 미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했다. 삼성, LG 모두 미국에도 생산기지가 있지만 당장 거점을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LG전자는 테네시주 공장에서 냉장고 라인을 증설하는 등 현지 생산 비중을 최대화하고 있다.
◆배터리·반도체도 긴장 고조
배터리 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7월 들어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는데, 구리는 2차 전지 제조에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요 소재를 한국에서 조달할 경우 50%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된다. 반도체와 의약품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에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패키징 투자 등을 검토하며 공급망 현지화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캐나다 관세 전쟁: 캐나다에 미친 영향 및 우리에 대한 함의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한 감운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전 주캐나다 공사)은 "이제까지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포스코퓨처엠과 제너럴모터스의 파트너십, SK온과 에코프로벰, 포드의 협업은 모두 캐나다에서 사업을 시작해 세금 인센티브와 USMCA의 관세 면제 조항의 혜택을 받았다"며 "캐나다에서 제조된 K-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은 관세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상실되고 시장 판매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을 보면 8월 1일이라는 시한부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국들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연장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라, 캐나다·멕시코뿐 아니라 한국도 8월부터 상호관세 25%를 온전히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수출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미 4월 시행된 10% 보편관세가 25%로 급등하면서 기업 실적에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감 연구위원은 "캐나다-미국 관세 전쟁이 주는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단일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의 위험성"이라며 "캐나다가 수출의 약 75~8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대미·대중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는 대외적 충격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경제적·외교적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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